3대 뇌질환으로 꼽히는 뇌전증은 발작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원인도 다양한데 교통사고 등 머리를 다치는 사고도 뇌전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사람도 환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뇌전증의 주요 증상에는 ‘발작’이 있다. 일시적으로 특정 뇌 부위의 뇌세포들이 과도하게 흥분하거나, 억제력이 약해져 균형이 깨지고 조절능력이 상실돼 갑작스럽게 발생한다. 이러한 발작은 뇌손상, 합병증, 부상위험도 야기하지만, 편견으로 ‘낙인’이 되어 사회로부터도 소외시키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이상건 교수는 “뇌전증으로 인한 발작에 대해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심한 경련을 동반한 팔다리가 뒤틀리는 대발작으로 떠올리지만 실제 발작은 다양한 형태로 발생한다. 눈꺼풀이 떨리면서 아주 잠깐 의식이 끊기는 소발작이나, 갑자기 피부에 닭살이 돋는 정도, 혹은 멍한 모습으로 손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주변 사물을 만지작거리는 모습 등 주변인들은 알아 챌 수 없을 정도이거나 환자 본인만 아는 느낌과 같은 부분발작이 흔하게 나타난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뇌질환이 원인이 되어 6년 전 뇌전증을 얻게 된 40대 여성 박모씨는 언제 자신의 질환이 주변에 드러날지 모른다는 긴장과 스트레스로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 “뇌전증을 겪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상적인 사회생활에서 배제된다. 아이의 경우 어린이집 입소 단계에서부터 배제돼 기본적인 교육 받을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다”라며 “질환을 미리 알리면 거부당하고, 숨기다 노출돼도 쫓겨나는 상황이다 보니 환자들은 자신의 질환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 극도로 조심스러워 한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뇌전증 환자들은 일정기간 약물 치료를 통해 발작을 멈출 수 있다. 문제는 기존 치료약물에 효과를 보지 못하는 환자가 많다는 점이다. 대한뇌전증학회에 따르면 국내 뇌전증 환자 중 30% 이상인 약 10만명이 2가지 이상 약물 치료에도 발작이 조절되지 않는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로 알려져 있다. 이들 환자 대부분이 적게는 2제 많게는 3제, 4제까지 복용을 하고 있다.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은 지속되는 발작으로 인해 뇌손상, 인지기능 저하 등의 심각한 합병증과 더불어 급작스럽게 사망할 위험까지 지니고 있다.
박씨는 “뇌전증 환자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 치료제도 많지 않은데 국내 도입이 늦는 상황이어서 약을 구하기 위해 해외로 나간다던가, 해외로 나가 원정수술을 받고 돌아온다던가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 하다”라며 “새로운 약이나, 치료법을 환자들이 부담 없이 시도해볼 수 있도록 기본적인 치료 여건이라도 갖춰졌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조민규 쿠키뉴스 기자 kioo@kukinews.com
‘뇌전증=발작’ 무조건 낙인은 곤란… 정상적 사회활동 참여 이끌어야
입력 2020-01-12 1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