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도쿄 올림픽

입력 2020-01-09 04:04
2020 도쿄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 AFP연합뉴스

도쿄올림픽 개막을 6개월가량 남긴 가운데 개·폐막식 연출 실무 담당자가 ‘갑질’ 파문으로 사임했다. 8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폐막식의 연출 실무 담당자인 스가노 가오루 덴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관련 업무 중 계열사 직원에게 갑질을 해 징계 처분을 받은 뒤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에 사의를 표명했다.

개·폐막식 연출은 일본 전통극 교겐 배우인 노무라 만사이, 영화감독 야마사키 다카시, 광고감독 사사키 히로시 등 8명이 속한 연출팀이 진행하고 있다. 교겐, 영화, 드라마 등에서 활약해온 노무라가 전체 총감독을 맡은 가운데 야마사키가 올림픽, 사사키가 패럴림픽을 각각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사임한 스가노를 비롯해 가수 시이나 링고, 영화 프로듀서 가와무라 겐키 등이 연출팀에 참여하고 있다.

2017년 12월부터 손발을 맞춰온 연출팀이 아이디어를 내면 조직위와 위탁계약한 덴쓰가 구체화하는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 세계적인 광고회사 덴쓰는 올림픽 등 일본에서 열리는 중요 이벤트의 진행을 독점해 왔다. 따라서 개·폐막식 연출을 사실상 지휘하는 것은 덴쓰 출신인 스가노였는데 대회가 임박한 상황에서 핵심 연출자가 중도 하차함에 따라 행사 준비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가노는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폐막식 당시 아베 신조 총리가 슈퍼마리오 분장을 하고 깜짝 등장했던 올림픽 인수인계 행사 기획에도 관여했다.

도쿄올림픽은 유치 경쟁 때부터 뇌물 스캔들로 파문을 일으켰고 후쿠시마 원전을 둘러싼 환경오염 문제 등으로 바람 잘 날이 없는 상태다. 안전하다는 일본 정부 주장과 달리 선수단과 관객의 피폭 위험성은 계속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주요 수상 종목이 펼쳐질 오다이바 해양공원은 악취와 대장균을 동반한 수질오염으로 몸살을 앓았고, 최근에는 수영·수구 종목이 예정된 다쓰미 국제수영장에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검출됐다. 일본 당국은 석면 사용 사실을 2년 전부터 알면서도 감춰오다 언론 보도로 밝혀지자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