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총선 ‘영입 인재 2호’로 명명된 원종건씨가 조국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가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원씨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조 전 장관의 도덕적 해이와 관련해서는 물론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공평과 정의의 관점에서 수사를 했느냐고 반문해 본다면 그건 아닌 것 같아 안타깝다”는 의견도 밝혔다.
그런데도 민주당 홈페이지 당원 게시판에는 “소신 타령하면서 ‘내로남불’ 할 거면 정의당으로 가면 될 일” “그런 기계적 양비론을 할 거면 자유한국당으로 가야 한다”는 등의 비난 글이 쏟아졌다. “자신이야말로 최고의 특혜로 그 자리에 갔다”는 인식 공격성 글도 등장했다.
이런 현상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지난달 3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에 민주당 당론과 달리 기권표를 던진 금태섭 의원에게 “자유한국당으로 가라” “민주당에서 나가라. 그리고 검찰의 비리 나팔수가 돼라”는 등의 악플이 쇄도했다. 민주당 홈페이지에는 금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라는 항의성 글도 올라 있다.
정당 구성원이 정치적 이념이나 주의·주장을 공유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모든 생각이 같을 수는 없고, 사안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도 있다. 조국 사태처럼 논쟁적 사안인 경우 진보 진영 내에서도 의견이 갈릴 수 있다. 실제로 민주당의 다른 영입 인사는 조 전 장관의 범법 의혹에 대해 “모든 학부모가 관행적으로 해온 행위”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불우한 가정환경 속에서도 사회공헌 캠페인을 주도했던 26세의 젊은이를 영입해놓고는, 다른 것들을 따져보지도 않은 채 오직 조국 사태 관련 발언만으로 마구 재단하는 것은 진영논리에 매몰된 편협한 행태다. 마치 이지메를 가하듯 비난을 쏟아내는 광경은 지켜보기 참담하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 구성원이 될지 모를 젊은이에게 당의 지시에 줄 서는 훈련부터 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이 젊은이가 주눅 들고 소신을 펼 수 없게 된다면 신선한 피를 수혈한다는 인재 영입의 취지가 무색해지게 된다. 혹독한 신고식은 이제 그만 접고 너른 마음으로 지켜보면 좋겠다.
[사설] 영입한 청년에게 악플 쏟아낸 민주당원들
입력 2020-01-09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