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돌고 돌아야 한다. 그게 돈의 원리다. 그러나 먼저 내 지갑을 열어 남들에게 주는 것은 쉽지 않다. 절대로 금전적으로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우리의 심성 때문이다. 단돈 1만원을 손해 보거나 비싸게 줘도 분을 못 이겨 잠이 오지 않을 때가 있다.
안타깝게도 종말을 살아가는 많은 크리스천이 자기 사랑과 돈사랑, 감사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 특히 돈사랑은 신앙 여부를 떠나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그러나 돈을 그렇게 움켜쥐고 있다가는 언젠가 원하지 않는 방법으로 떠날 수 있다.
돈은 돌고 돌도록 플로잉(flowing)해야 한다. 즉 나눔을 하는 게 크리스천의 올바른 자세다. 흘려보내되, 가난하고 소외된 자에게 흘려보내야 한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목적이 뭘까.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가 있다. 너희는 주님의 길을 예비하고, 그 길을 곧게 하여라. 모든 골짜기는 메우고, 모든 산과 언덕은 평평하게 하고, 굽은 것은 곧게 하고, 험한 길은 평탄하게 해야 할 것이니,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구원을 보게 될 것이다.”(눅 3:4~6)
그 옛날 이사야 선지자의 예언은 무엇인가. 그분께서 세상에 오시면 돈이 많은 부자나 가난한 자나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환경이 좋은 사람이나 어려운 사람이나 모두 평등하고 행복해지는 하나님의 나라가 도래할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우리 크리스천은 주님의 길을 예비하기 위해 자기사랑이라는 극단적 이기주의와 돈 사랑이라는 황금만능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향해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이다. 그들이 진한 감동을 느낄 때 복음이 자연스럽게 전해지고 하나님의 기뻐하심을 입은 우리 모두에게 진정한 평화가 온다. 그래서 교회는 우리만의 잔치를 그만하고 세상 속에 파고들어 환경이 어려운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행복을 나눠야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굳이 우리가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유는 간단하다. 하나님께서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가를 바라거나 회피하라는 조건은 달려있지 않다.
신자든 비신자든 만나는 사람마다 삶의 환경이 너무나도 어렵다고 불평한다. 그래서 예수 믿는 우리가 먼저 일어나 하나님의 나라가 실현되도록 상처투성이인 그들을 예수 사랑으로 품어야 한다. 예수를 만나면 살맛 나는 세상이라고 크게 외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 줘야 하지 않겠는가.
당장 어떻게 할까.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작은 것부터, 실천 가능한 것부터, 우리가 할 수 있는 착한 행실을 찾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몇 년 전부터 실천하는 작은 사례를 소개한다.
세무법인 석성이 자리 잡은 서울 서초동 사무실 부근에는 단골 은행이 있다. 은행에 가면 1만원을 내고 깨끗한 1000원짜리 지폐 10장을 받는다. 이걸 지갑에 넣고 다니면서 택시나 식당, 지하철에서 만나는 택시기사나 식당 종업원, 걸인에게 한두 장씩 ‘사랑의 팁’으로 건넨다.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그 깨끗한 1000원짜리 지폐를 받는 사람들의 반응이 몇만원을 받은 것처럼 크다는 것이다. 가장 큰 감동을 하는 사람은 택시기사다.
택시를 타면 목적지를 알려주고 얼른 지갑에서 깨끗한 1000원짜리 지폐 한두 장을 꺼낸다. 그리고 택시 기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 “기사 아저씨 수고가 많으십니다. 적은 돈이지만 팁입니다.” 그렇게 하면 그분도 금세 표정이 달라지고 진심으로 고마워한다.
심지어 어떤 기사는 눈물을 글썽이며 이런 이야기 했다. “수십 년간 택시 운전을 해왔는데 이렇게 깨끗한 1000원짜리를 팁으로 주신 승객은 처음 뵙습니다. 돈을 늘 지갑에 넣고 다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물론 택시 안의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진다. 그때마다 깨달음이 있었다. ‘아, 몇 만원 아니 몇십 만원짜리보다 더 귀한 감동을 나누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우리는 모두 각자의 삶에서 작은 감동을 생산해야 한다. 그것이 주님의 명령에 순종하는 것이다. 그때 예수님의 사랑이 전달되고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기뻐하심을 입은 우리 모두에게 평화”라는 진짜 찬양이 울려 퍼질 것이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