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한국 답방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지만 빠른 시일 내에 실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답방 여건이 조성되기에는 현재 한반도 정세가 워낙 엄중하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의 주도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선제적이고 획기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낸다면 북한도 이에 호응해 김 위원장의 ‘깜짝 답방’이 성사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 북·미 비핵화 협상이 향후 재개돼 급물살을 타게 될 경우 유화적 분위기를 타고 답방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신년사에서 김 위원장의 답방을 위한 여건이 하루빨리 갖춰질 수 있도록 남북이 함께 노력하자고 했다. 김 위원장 답방은 남북 관계 진전에 있어서 상징성은 물론 실질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카드다.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협상의 동력을 확보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새로운 길’을 천명하면서 연초부터 남북 관계 및 북·미 대화 전망에 먹구름이 잔뜩 낀 상황이라서 답방이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지난달 말 나흘간 진행된 노동당 전원회의 결과에 관한 북한 매체 보도에서 ‘북남(남북) 관계’는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았다. 그만큼 현재 북한은 남북 관계에 어떤 관심도, 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다.
앞서 남북 정상이 2018년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합의했고, 이후 한국 정부가 북한과의 조율을 통해 추진했으나 여러 여건상 성사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도 김 위원장을 초청했지만 북측은 거절했다.
지금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남측 주도로 남북 관계의 새로운 전기를 연다면 답방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우선 오는 3월 예정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유예를 일찌감치 한국 주도로 결정한다면 북한이 좀 더 유화적으로 나올 명분을 줄 수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의 요구는 남한이 남북 관계에 있어서 독자성과 자주성을 얼마만큼 갖고 있는지를 보여 달라는 것”이라며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 한·미 연합훈련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한·미동맹을 실용적 차원에서 열어가는 준비를 하고 보여줘야 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달과 2월이 북한 문제를 풀어갈 골든타임(적기)이기에 선제적·적극적 메시지로 대화 의지를 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