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새보수당에 손 내밀었지만 유승민 “3원칙 수용해야”

입력 2020-01-08 04:02
하태경(왼쪽) 새로운보수당 책임대표가 7일 국회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4·15 총선이 채 1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보수통합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새로운보수당에 손을 내밀었지만 한국당과 새보수당 양쪽에서 호응을 끌어내지 못한 모양새다. 통합을 목전에 둔 양측의 샅바싸움이 본격화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황 대표는 창당 후 인사차 찾아온 하태경 새보수당 책임대표를 7일 국회에서 만나 “한동안 같은 당에 있었는데 많이 돌고 돌아서 다시 함께하게 되니까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그러자 하 대표는 “아마 같은 당에 있고 싶은 마음이 표현된 것 같다”며 “한국당도, 새보수당도 보수 개혁에 매진하면 반드시 하나의 길에서 만나게 돼 있다”고 화답했다.

화기애애한 대화가 이어졌지만 두 사람의 속사정은 복잡했다. 하 대표는 비공개 대화로 전환된 뒤 같은 당 유승민 의원이 제시한 ‘탄핵 극복, 개혁보수 노선, 새집 짓기’ 3원칙에 관해 “좀 더 분명한 입장을 표명해 달라”고 황 대표에게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황 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정권을 이겨내기 위해 통합이 필요한 것이라는 입장”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한국당에서는 유 의원의 3원칙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조만간 공식화하는 방안이 최근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을 쇄신하려면 개혁보수의 깃발을 내세운 새보수당과 합치는 방안이 효과적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국당 내부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당 관계자는 “‘새보수당 요구를 전부 받아들이는 방식의 통합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황 대표에게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새보수당에서는 한국당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유 의원은 오전 당대표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묻지마, 무조건 통합’으로는 국민 신뢰를 절대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창당한 지 며칠 됐다고 그런(보수통합) 논의에 휩쓸리기보다는 저희가 갈 길을 가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새보수당 한 의원은 “이전에도 한국당 쪽에서 비슷한 제안이 있었지만 보수 재건을 위한 3원칙을 다 수용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전달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보수통합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행보는 빨라지고 있다. 안 전 대표는 다음 주 중 귀국해 오는 19일 구순(九旬)을 맞는 부친을 찾아갈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미래당 당권파 의원 7명은 이날 국회에서 조찬 간담회를 열고 안 전 대표가 복귀할 때까지 손학규 당대표에 대한 거취 문제 논의를 보류하기로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