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키맨’으로 불리는 임종헌(사진)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이 반년째 멈춰서 있다. 임 전 차장이 법관 기피를 신청한 지 6개월이 넘도록 재판부 변경 여부에 대한 최종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법원 판단이 계속 늦춰질 경우 2월 법관 정기인사와 맞물려 임 전 차장의 기피 신청을 사실상 인용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임 전 차장은 지난해 6월 “불공정한 재판을 받을 우려가 있다”며 법관 기피를 신청했다. 그는 기피 신청이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에서 잇따라 기각되자 지난해 9월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대법원은 곧바로 심리를 시작했지만 해가 넘도록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문제는 기피 신청 대상이 된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 윤종섭 부장판사가 2월 있을 법관 정기인사 때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판사들은 2~4년 단위로 전국 법원을 옮겨 다니는데, 2016년 2월 서울중앙지법에 배치된 윤 부장판사는 오는 2월로 근무연수가 만 4년이 돼 인사이동이 유력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대법원 판단이 나오지 않은 채로 윤 부장판사가 교체되면 기피 신청을 인용한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7일 “대법원이 임 전 차장의 기피 신청에 대한 결론을 직접 내기 부담스러워 미루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검찰도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기피 신청에 관한 결정이 나오기 전에 윤 부장판사가 교체될 경우 ‘사법농단’ 재판을 진행 중인 다른 재판부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관련 피고인이 기피 신청을 하면 인사 조치로 교체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2월 전까지 대법원이 기피 신청에 대한 결론을 내릴지 불투명한 상태다. 대법원 관계자는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는 것만 안다. 결론이 언제 나올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법원이) 1월에는 설 연휴가 끼어 있고, 2월 초 법관 인사가 있어서 그 전에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대법원이 결론을 내지 않은 채 윤 부장판사가 2월 정기인사에서 바뀐다면 임 전 차장 측은 결국 원래 의도대로 재판은 재판대로 지연시키고 법관 기피라는 본래 목적도 달성하는 효과를 거두는 셈이 된다. 검찰 관계자는 “대법원에 임 전 차장의 기피 신청 결정을 서둘러 달라고 요청할지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