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참모들의 총선 출사표가 줄을 잇고 있다.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이 6일 출마를 위해 사표를 냈고, 하승창 전 사회혁신수석은 출마를 선언했다. 주형철 경제보좌관도 조만간 자리를 내놓을 전망이고 고민정 대변인의 출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일찌감치 청와대를 떠난 수석들까지 포함하면 총선에 뛰어들 청와대 출신이 70명을 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 측근이나 참모들의 총선 출마는 과거에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대규모는 아니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선 각각 10명 선이었고, 노무현 정권 때도 20~30명 수준이었다. 이명박정부 때는 청와대 참모들의 출마 길이 막히다시피 했고,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 한다는 ‘순장조’라는 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청와대 참모들의 여의도행을 무조건 막을 일만은 아니다. 행정 경험이 입법 활동에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그러나 숫자가 너무 많다 보니 청와대를 향해 ‘출마 대기소’라거나 ‘총선 캠프’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정치경력 관리소 정도로 치부된다면 심각한 문제다. 주형철 경제보좌관의 경우 50일이 넘는 공백기를 거쳐 임명됐지만 10개월 만에 또 바뀌게 됐다. 경제보좌관이 꼭 필요한 자리가 맞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대대적인 청와대 인적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총선을 위한 이런 식의 조직 개편이나 인선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출마를 염두에 두다 보면 특정 지역을 힐끗힐끗 돌아볼 수밖에 없는 게 인지상정이다. 업무에 소홀해지기 십상이고, 정책이 한쪽으로 기울거나 정치색이 필요 이상으로 짙어질 수도 있다. 어느 것이든 국정을 총괄하는 청와대로선 피해야 할 악덕이다. 내각을 무력화시킬 정도로 비대하고 발언권이 강하다는 지적을 받는 현 정부의 청와대로서는 더욱 그렇다.
대통령 측근들의 출마 러시 배경에는 여당과 국회에 친위 그룹을 더 진출시켜 후반기 국정의 고삐를 다잡고 레임덕과 퇴임 후에 대비하려는 의도가 작용한 듯하다. 하지만 이는 여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던 86세대나 청와대 출신들의 용퇴나 불출마 주장과 충돌할 뿐 아니라 공천 개혁 노력에도 배치된다.
[사설] 총선 나가는 청와대 참모가 70명이나 된다니
입력 2020-01-08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