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가장 높은 비중으로 언급한 분야는 경제다.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도 강하게 피력했지만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 정책 목표와 방향 제시가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했다. 국민들에게는 먹고사는 민생 문제가 가장 중요하고 가장 큰 관심사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일 게다. 문 대통령은 “2020년은 나와 이웃의 삶이 고르게 나아지고 경제가 힘차게 뛰며, 도약하는 해가 될 것”이라며 “국민들께서 포용, 혁신, 공정에서 확실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함께 잘 사는 나라’ ‘혁신적 포용국가’란 국정 목표에는 공감하지만 신년사는 공허하게 들린다.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이 너무 안이하고 낙관론에 치우쳐 있어서다. 일자리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11년 연속 무역 흑자에다 새로운 수출 동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자평했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은 딴판이다. 경제의 중추인 40대와 제조업 일자리는 쪼그라드는데 세금으로 저임금 단기 일자리 늘리기에 급급할 뿐 근본적인 고용 개선책은 보이지 않는다. 기업 투자는 부진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내기 위한 규제 개혁과 혁신성장은 눈에 띄는 성과가 거의 없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높게 잡아도 2%초반대로 전망될 정도로 경제 체력은 떨어져 있다. 저물가 저성장의 악순환에 빠지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서민들이 체감하는 민생 경기가 바닥이고 냉랭하다. 산업 및 노동시장 구조 개혁, 기업 투자를 끌어낼 혁신적인 정책들이 절실한데 신년사에는 이에 대한 강한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말만 무성하면 정책은 신뢰를 잃게 된다. 정부는 민생 경제 회복을 주장이 아니라 구체적인 성과로 보여줘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 안정 등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강조했다. 이번에도 빈말에 그쳐서는 안 된다. 집값 폭등의 원인은 공급 부족이 아니라 다주택자·외지인의 주택 매입 급증 등 투기 수요라는 서울시의 최근 분석 결과를 유념할 필요가 있다. 다주택자와 비거주자에 대한 보유세 강화, 실수요자와 서민들의 주거 여건 개선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란 믿음을 시장에 줘야 할 것이다.
[사설] 민생 경제 회복, 구체적인 성과로 보여줘야
입력 2020-01-08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