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석유·가스 수급 위기 땐 비축유 방출

입력 2020-01-07 04:04

청와대는 미국과 이란의 충돌 위기에 관한 정부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6일 예정에 없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긴급 개최했다.

NSC 상임위는 이날 오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렸다. 청와대는 “상임위원들은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국제사회의 노력을 통해 중동 정세가 조속히 안정되기를 기대했다”며 “역내 우리 국민과 기업의 보호, 선박의 안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면밀히 점검하고 지역 정세 안정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기여하는 방안도 검토했다”고 밝혔다. ‘국제적 노력에 기여’는 호르무즈해협 파병 논의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호르무즈해협은 사실상 이란이 통제하는 원유 수송 루트다. 미국은 지난해 호르무즈해협에서 유조선 피격이 잇따르자 공격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고,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이 지역 공동방위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동안 정부 안팎에서는 미국의 파병 요청에 따라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서 임무 수행 중인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호르무즈해협까지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미·이란 갈등이 일촉즉발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파병 신중론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상임위 개최에 앞서 상임위원이 아닌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참석을 지시하면서 “안보 상황은 물론 현지 교민 안전과 원유 수급 등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펴보라”고 했다. 성 장관은 상임위에서 원유·가스 시장 동향에 대해 보고했다. NSC는 에너지원 수입에서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국내 시장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총력 대응키로 했다. 지난해 원유의 70.3%, 액화천연가스(LNG)의 38.1%가 중동에서 수입됐다. 정부는 석유·가스 수급 위기가 발생할 경우 총 2억 배럴 규모의 비축유를 방출하는 등 비상대응체계를 작동할 방침이다.

이날 외교부 등 관계부처 실무 대책회의도 열려 중동 지역 우리 국민의 안전 확보 방안 등이 논의됐다. 현재 교민 및 주재원, 공관원은 이라크에 1600여명, 이란에 290여명이 체류하고 있다. 현재까지 한국 기업 및 교민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국방부는 ‘유사시 신속 대응 방침’을 밝혔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국민의 안전과 관련된 유사시 상황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긴밀히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청해부대 파병 여부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했다.

임성수 기자, 세종=이종선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