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가파른 집값 상승은 주택공급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다주택자나 외지인의 주택 매입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정부가 세제와 대출규제로 투기억제대책을 강화하고 임대주택사업자 혜택 축소 방침을 밝혔지만, 앞으로도 장기간 매물 잠김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서울시는 6일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진희선 행정2부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를 열어 최근 서울 주택시장 분석 결과에 대해 설명했다. 시는 저금리에 따른 과잉유동성 유입에 따라 부동산 자산의 금융화 경향이 강화되고 있으며 주택 공급은 충분하나 서울외 거주자와 다주택자 등의 투기수요가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에 따르면 최근 6년간(2014~2019년) 서울 소재 주택은 연평균 7만9000호가 공급됐다. 이는 2008년~2013년 연평균 주택 공급량(6만527호)에 비해 30.5%가 증가한 수치다. 또 올해부터 2025년까지 서울시 주택은 연평균 8만2000호가 공급될 전망이다.
류훈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서울시의 실제 주택공급량은 전혀 부족하지 않고 오히려 과거보다 증가했지만, 현재 주택시장 불안정 상황이 ‘주택공급 부족’ 때문이라는 잘못된 정보로 인한 주택시장 참여자들의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류 본부장은 또 최근 서울의 주택 가격 상승이 뉴타운·재개발 사업 부진 또는 규제에 따른 공급 부족 때문이라는 일부 주장을 반박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에서 외지인의 매입 비중은 2016년 17.2%에서 지난해 20.9%로 상승했다. 2채 이상을 소유한 다주택자 비율은 2012년 13.1%에서 2018년 15.8%로 늘었고 다주택자 수는 29만9000명에서 38만8000명으로 약 9만명 증가했다. 또 최근 2년간 임대등록 사업자는 8만3000명, 신규 등록임대 주택은 17만3000호에 달해 장기간 매물 잠김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서울시는 전망했다. 이는 서울에 주택공급이 늘어나도 그 주택이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에게 공급되기보다는 다주택자나 외지인의 투기수요를 충족시키는 결과를 낳는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도 매물 잠김현상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는 보유세 강화 및 공시가격 현실화 등 투기수요 억제를 위한 확고한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중앙정부와 자치구의 공시가격 산정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부동산가격공시지원센터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김재중 선임기자, 오주환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