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장 하천에 빠진 할머니… 구할 생각밖에 없었죠”

입력 2020-01-07 04:05
해군교육사령부 문준혁 하사가 지난해 말 물에 빠진 70대 노인을 구한 공으로 경찰서장 표창을 받은 뒤 활짝 웃고 있다. 문준혁 하사 제공

해군교육사령부 소속 문준혁(20) 하사는 지난해 12월 초 경남 김해의 한 하천에서 70대 할머니를 구했다. 첫 휴가를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던 길이었다. 김해시 장유면에 있는 율하천을 걸어가던 문 하사의 귀에 “어떡해”라는 비명이 들렸다. 그 소리를 듣고 달려간 문 하사는 할머니가 하천에 빠져 있는 걸 보고 영하 1도의 날씨에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문 하사가 할머니를 구조한 소식은 경찰이 표창을 수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부대 측에 전달하면서 알려졌다.

6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문 하사는 “할머니가 빠져 계신 모습을 보고는 구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며 “제가 해군이라 물에 대한 두려움도 없었다. 단지 빨리 구조해야겠다는 생각 하나로 물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문 하사에 따르면 할머니가 빠진 하천의 수심은 사람 허리 높이로 그리 깊은 건 아니었다. 그러나 할머니는 쓰러져 몸을 가누지 못했다. 자력으로 일어나지 못해 전신이 물에 잠겨 있었다. 다행히 한 아주머니가 할머니를 발견하고 “어머나, 어떡해” 하면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문 하사는 군복을 벗고 물속으로 들어가 할머니를 구했다. 그는 “제가 할머니를 꺼낼 때 이미 몸이 많이 얼어있었고 축 처진 상태였다”며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면 익사는 아닐지라도 저체온증이 와서 위험한 상황이었을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문 하사는 할머니를 구조한 후 응급조치도 했다. 그는 “구조 당시 의식은 있으셨는데 대답을 제대로 못 하셨다. 자꾸 ‘아프다’ ‘아프다’는 말씀만 반복하셨다”면서 “저체온증이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할머니의 젖은 겉옷을 벗긴 다음 제 정복이랑 주변 사람들의 옷가지를 덮어드렸다. 그리고 의식을 잃지 않도록 몸도 주물러 드렸다. 그러는 사이 구조대원이 와서 무사히 구조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 하사의 용기 있는 행동은 지난해 연말 기사로 보도되면서 사회에 훈김을 더했다. 그는 “그때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있어도 할머니를 구했을 것이란 생각에 구조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면서 “경찰이 부대에 인명구조 사실을 알려서 여러 매체를 통해 기사가 나가게 되었다”고 말했다.

문 하사는 경찰서장 표창을 받았다. 그는 “너무 많은 분이 알아봐 주시고 격려해주셔서 쑥스럽기도 한데, 제가 한 행동에 대해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며 “이런 경험을 밑거름 삼아 앞으로도 고통받거나 힘들어할 때 외면하지 않고 더불어 같이 살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얘기했다.

김남중 기자, 박준규 객원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