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추진위 띄운 황교안, 갈라진 보수 하나로 묶을까

입력 2020-01-07 04:02
이낙연(오른쪽) 국무총리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 2위인 두 사람이 4·15 총선에서 종로에 나와 맞붙을지 주목된다. 윤성호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6일 “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를 만들고자 한다”며 보수 세력을 통합해 4·15 총선을 치르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거치며 쪼개진 보수 진영을 하나로 합치겠다는 것인데, 통합 전후의 지분 싸움까지도 극복해야 성사될 수 있다.

황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통추위는 이기는 통합의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누구나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라면 폭넓게 참여하고 의견을 내는 통추위가 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당이 앞장서서 통합의 물꼬를 트겠다”며 이언주 이정현 의원 등이 추진하는 신당 등 모든 보수 세력과 손을 맞잡겠다고 했다.

특히 황 대표는 “‘졌지만 잘 싸웠다’는 평가는 사치에 가깝다”며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 진영이 분열된 상태로 선거를 치르면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통추위는 당 외부에 설치될 전망이다. 통추위를 출범시킨 뒤 통합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리고 통합공천관리위원회에서 공천심사를 맡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다만 ‘아스팔트 보수’ 세력을 아우르는 통합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은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책임이 있는 세력은 배제해야 한다’는 강경 세력과 ‘보수 재건’을 내세운 새로운보수당 간 화학적 결합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원유철 한국당 의원을 단장으로 했던 보수통합추진단이 당내 갈등을 부추겼던 점도 같은 맥락이었다.

한국당 안팎에서는 당 간판을 새로 거는 혁신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당 한 의원은 “새보수당이 한국당에 흡수되지 않는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는 명분을 제시한다면 새보수당과의 통합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새보수당 측과 물밑 논의는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의원은 “총선에 임박해 통합 논의가 이뤄질 경우 총선 이후 통합 전당대회를 열어 신당을 창당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 새보수당 창당대회에 축하 화환을 보내지 않았던 한국당은 이날 뒤늦게 난을 보냈다.

조만간 귀국할 예정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행보도 보수통합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016년 2월 국민의당을 창당해 20대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성공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는 한국당과의 통합을 마뜩지 않게 여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귀국 후 곧바로 특정 세력과의 통합 여부를 밝히지 않고 각계 인사를 만나며 거취를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안 전 대표와의 통합 가능성도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진 의원은 “안 전 대표가 한국당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만큼 섣불리 통합 논의를 하기는 어렵다”며 “안 전 대표와의 통합은 고차원적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황 대표는 “무너져가는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는 대의를 이루기 위해 다 함께 뭉쳐야 한다. 대승적 차원에서 통합을 이뤄가야 한다”고 했다.

이날 비례대표 초선인 최연혜 한국당 의원은 “젊고 유능한 인재들을 위해 기꺼이 자리를 비우고자 한다”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현재까지 불출마 의사를 밝힌 한국당 의원은 최 의원을 포함해 11명이다.

김경택 심희정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