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DH 기업결합, 정치에 또 막히나

입력 2020-01-07 04:06

정치권이 국내 1위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인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과 ‘요기요(딜리버리히어로·DH)’의 인수·합병(M&A)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두 기업의 결합 심사를 엄격히 할 것을 촉구했다. 스타트업 업계는 정보통신(IT) 기반 스타트업의 경쟁 구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타다 갈등’ 재연 가능성을 우려했다.

을지로위원회는 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아한형제들과 DH가 기업결합할 경우 배달앱 시장의 90%를 독과점하게 된다”며 “공정위에 엄격한 심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우아한형제들과 DH의 기업결함심사서가 지난달 30일 공정위에 접수된 것에 대한 대응이다.

박홍근 을지로위원장은 공정위를 향해 “배달의민족 기업결합 관련 경제력 집중을 피할 면밀한 심사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두 회사의 인수·합병을 단순한 기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자율적 판단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며 “공정위는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함에 있어 산업구조적 측면과 구성원들에 대한 영향을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타트업 업계는 정치권의 개입을 경계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을지로위원회가) 합병 반대 의사를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이미 공정위가 심사에 착수한 것에 대해서 기자회견한 것은 우려스럽다”며 “공정위 심사에 영향을 끼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수개월씩 걸리는 공정위 심사에 여론이 영향을 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자칫 기성 산업과 정치권이 혁신 산업에 제동을 걸고 나선 타다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치권이 DH와 우아한형제들 합병에 목소리를 높이고 나선 가장 큰 이유는 독점과 배달노동자 노동권 문제 때문이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도 지난달 27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DH와 우아한형제들이) 소상공인과 소비자, 배달노동자에게 비용을 전가해 부당한 이득을 취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독과점에 관해서는 합병 찬반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과 DH가 합병 후 독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소비자 혜택을 줄일 거라는 우려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빠르게 변하는 업계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커머스와 푸드테크 업체 등이 배달, 배송, 물류 등에서 전방위로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배달앱 점유율이 높다고 소비자를 홀대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