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일요 휴무제요? 서울서 못하면 경기도로 가죠”

입력 2020-01-07 04:01

서울 대치동 학원가의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일요일에 서울지역 학원 문을 닫도록 하는 ‘학원 일요휴무제’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일요휴무제가 도입된다고 해도 학원가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학원과 강사들의 꼼수만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대치동의 대형학원 인근에서 만난 학부모 유모(42)씨는 “공간을 제약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공부하는 걸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스타강사’들이 일요휴무제 한다고 놀겠나. 분당을 포함한 경기도로 옮겨 수업하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이모(48)씨도 “일요일에 학원을 못 보내면 부모들은 그룹과외를 알아볼 것 같다. 오피스텔에 학생들 모아놓고 강사가 가르치는 식”이라며 “정부가 교육정책은 제발 좀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치동 학원에선 현재 시행 중인 서울시의 ‘심야교습 금지조례’도 지켜지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많다. 학부모 김모(47)씨는 “지금 밤 10시 이후 학원교습 금지 규제도 다 피하는 방법이 있다”며 “일부 강사들은 10시 이후에 작은 카페를 빌려서 수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학원 일요휴무제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학원가에서 만난 변모(18)양과 곽모(17)군은 “일요일에 학원을 못 간다니 말도 안 된다. 평일에 더 많은 학원에 다니게 될 것”이라며 “학원 5곳 다니는데 평일에 몰아넣게 되면 너무 피곤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종합학원 원장 A씨는 “학원가에서도 일요휴무제는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래서 대책도 세우지 않고 있다”며 “만약 시행된다면 학생들만 피해를 볼 것”이라고 했다.

대치동 학원가에선 정부의 정시 확대안은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변양은 “강남에서 학교에 다녀서 내신 따기가 정말 힘들다. 정시를 더 늘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조국 전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를 봐라. 돈과 권력을 가지면 편법으로 대학 가지 않나”며 “정시가 더 확대돼야 한다”고 했다. 학원 원장 A씨도 “사교육 열기는 어디로 가지 않는다. 수시에 투자하던 걸 정시로 돌리는 차원이기 때문에, 학원 입장에선 손해 볼 게 없다”고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