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나에게 한 약속을 깰 것이라고 보지 않지만 어쩌면 그가 그럴 수도(약속을 깰 수도)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전용기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백악관 공동 취재진이 전했다. 미국이 이란 군부지도자 가셈 솔레이마니를 폭사시킨 이후 처음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한 발언이다.
에어포스원에서 문답은 30분 정도 진행됐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관련 발언은 “김 위원장이 그럴 수도(약속을 깰 수도) 있다”는 취지의 단 한 문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대북한 언급에 대해 그의 성향을 감안할 때 특별한 의도 없이 꺼낸 말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북한의 도발 징후를 포착한 미국이 김 위원장을 향해 약속을 깨지 말 것을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솔레이마니 제거라는 초강수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 노선에 힘을 싣는 것은 심상치 않은 시그널이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재개 등과 같이 레드라인을 넘는 도발을 감행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겐 강력한 대응 외엔 선택지가 없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란처럼 북한과의 외교 악재에도 강경책으로 정면돌파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김 위원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스탠스가 달라질지 여부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ICBM 시험발사 및 핵실험 재개 가능성을 경고하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한 직후에도 유화적인 자세를 유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위협 후 “김 위원장은 비핵화 계약에 사인했다”면서 “나는 그(김 위원장)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추진 상황이 북한과 이란을 대담하게 만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자가 “탄핵이 우리 적들(이란·북한)을 대담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묻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우리 행정부가 위험을 발견하는 모든 곳에서 미국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옳은 일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 적들이 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