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하우스 오브 카드’ 전략 직격탄 맞은 글로벌 금융시장

입력 2020-01-06 18:28

새해를 맞아 ‘황소 랠리’ 기대감에 젖어있던 글로벌 금융시장을 ‘불확실성 2탄’이 덮쳤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와 금값이 급등하고, 증시에 급제동이 걸렸다. 시장에선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외교적 해법에 이를지, 물리적 전면전에 돌입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권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위태로운 상황을 연출하는 ‘하우스 오브 카드’ 전략을 구사한다고 본다. 다양한 지정학적 리스크(위험)를 만들어 지지층 결집을 유도하겠다는 셈법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노림수와 별개로 세계 금융시장은 다시 ‘불확실성 소용돌이’에 빠지게 됐다.

6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1.39포인트(0.98%) 내린 2155.07에 마감하며 연초 상승분을 반납했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2.18% 급락한 655.31로 마감했다. SK하이닉스(-0.21%) 네이버(-0.55%) 삼성바이오로직스(-2.37%) 등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이 하락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추락을 면치 못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2.82%) 에이치엘비(-2.03%) CJ ENM(-2.91%) 등이 큰 낙폭을 보였다.

아시아 증시도 꽁꽁 얼어붙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1.91%)와 홍콩 항셍지수(-0.95%) 등이 크게 흔들렸다. 미국과 1단계 무역합의를 앞둔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0.01% 떨어진 보합세를 기록했다.

반면 중동 리스크와 직결된 국제유가는 가파른 오름세를 연출했다. 이날 오후 기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의 선물은 배럴당 64.34달러 수준에서 거래됐다. 한 달 전(배럴당 58.24달러)보다 10.4%가량 뛰었다. 여기에다 안전자산들이 강세 흐름을 탔다. 같은 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된 2월 인도분 금 선물가격은 온스당 1578.95달러로 6년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0원 오른 달러당 1172.1원에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돌입 가능성을 낮게 본다. 다만 정치적 불안 상황이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는다고 우려한다.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지정학적 리스크뿐 아니라 중국·유럽연합(EU)과의 무역분쟁을 재개하는 ‘하우스 오브 카드’ 전략을 실행하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며 “당분간 ‘안전자산 선호’ 여건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국제유가는 이란의 보복 방식에 따라 크게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국제원유 수송량의 20%가량을 차지하는 호르무즈해협을 이란이 봉쇄하면 국제유가가 10% 안팎으로 추가 상승할 수 있다. 백명찬 KB증권 연구원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이 더해지면서 당분간 국제유가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사태로 최근 반등세를 보였던 국내 증시도 5% 안팎의 조정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중동 리스크 외에도 1월 중순 실적 시즌과 더불어 미·중 2단계 무역협상 등 여러 불확실성 요인이 있어 증시의 단기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조정 장세는 단기간에 그치고, 장기적으로 상승 흐름은 유지된다는 관측도 나온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