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선 D-100, 사생결단식 진영 싸움 계속할 건가

입력 2020-01-07 04:01
4·15 총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우선 정치권 상황이 그렇다. 상생과 타협은 찾아볼 수 없고 극심한 대립만 있을 뿐이다. 국회는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에 이어 검경 수사권 조정법을 둘러싸고 여전히 필리버스터와 쪼개기 국회로 맞서고 있다. 정치권의 이합집산도 진행 중이다. 바른미래당에서 탈당한 유승민 의원 등이 새로운보수당을 창당했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도 조만간 귀국해 정치에 복귀한다. 새로운 정치나 비전을 보여주기보다는 총선을 겨냥한 정치공학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많다. 여야가 당장은 표를 얻기 위해 물갈이를 진행 중이지만 근본적인 판이 바뀌지 않는 한 지금의 정치 행태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유권자들도 헷갈린다.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기 어려운 누더기 선거법에 따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첫 선거다. 자유한국당은 비례대표를 겨냥해 비례자유한국당이라는 위성정당을 만들고 있다. 선거법이 개정돼 일부 고교 3학년을 포함한 18세 유권자 50여만명이 이번 총선에서 처음 투표한다. 준비가 충분히 안 돼 있어 어떤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나타날지 미지수다. 선거구도 아직 획정되지 않았다. 여야의 입장차가 너무 커 합의점을 찾기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진영싸움이 극대화될 가능성이다. 진영싸움이 벌어지면 정권심판론이나 야당심판론 같은 구호만 난무할 뿐 정책 대결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번 총선이 사활을 건 여야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더불어민주당에 총선 패배는 곧바로 레임덕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국당에 총선 패배는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 이은 4연패다. 여야가 죽기 살기로 싸울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이번 총선에서 이기는 정당이 대선에서 이길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최근 두 차례씩의 총선과 대선이 그랬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승리한 새누리당이 그해 12월 18대 대선에서 이겼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승리한 민주당이 2017년 19대 대선에서도 이겼다.

정치권이 대화와 타협보다는 상대를 무너뜨리려는 시도로 일관하는 한 이번 총선이 진흙탕싸움이 되는 것은 물론 총선 후에도 갈등과 대립이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국민 통합이 전제되지 않으면 누가 이기든 특정 진영의 승리일 뿐이다. 이를 막는 것은 결국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