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만약 유치원 3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입력 2020-01-07 04:05
우려가 현실이 돼버릴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을 느낀다. 1년 전 우여곡절 속에서 패스트트랙에 오른 ‘유치원 3법’이 과연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이 법안을 내놓은 여당도, 반대해온 제1야당도, 선거법 개정에는 그토록 목소리를 높였던 군소정당도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고 있다. 지금 국회에서 유치원 3법의 당위성을 말하는 사람은 당초 사립유치원 비리를 폭로했던 박용진 의원 외에 누가 또 있는지 모르겠다. 여론의 전폭적 지지 덕에 사립유치원의 극렬한 저항을 뚫고 패스트트랙에 올랐을 때 관련 업계에서 나왔던 말이 잊히지 않는다. “마지막에 누가 웃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패스트트랙 절차에 따라 본회의에 상정될 시점에는 총선이 성큼 다가와 있을 테고, 의원들은 유치원 이익집단이 움직이는 표가 눈앞에 어른거릴 터여서 결국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정말 그리 된다면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기만한 것과 다르지 않은데, 정말 그리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유치원 3법은 단순하다. 세금이 들어가는 곳에 감시가 있어야 한다는 명제를 뒤늦게 구현하려 한다. 공교육의 일부를 담당하는 사립유치원에 매년 막대한 누리자금이 투입되니 그 돈으로 명품 가방이나 사들이지 못하도록 회계를 투명하게 만들고, 아이들을 위한 돈이 목적에 맞게 쓰이는지 살펴보는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다. 당연히 해야 하고 국민도 압도적 지지를 보낸 사안이지만 여당의 국회 전략에선 그만한 절박감을 읽을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선거법과 검찰 관련 법안을 우선과제로 정하고 이를 통과시키기 위해 군소정당과 4+1이란 협의체를 구성했다. 자유한국당의 저지에도 일부 법안이 처리된 건 그 힘인데, 유치원 3법은 이 협의체에서 거론도 되지 않았다. 정당의 밥그릇 이해관계, 진영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걸린 법안은 온갖 무리수를 동원해 처리하면서 200건 가까운 민생법안은 그런 법안이 다 통과돼야 비로소 논의될 수 있는 구조가 돼버렸으며, 유치원 3법은 패스트트랙에 올랐음에도 그렇게 뒷전으로 밀려 있다. 국민이 원하고 충분한 당위성을 갖춘 법안이 국회 문턱을 끝내 넘지 못한다면 전적으로 국회의원들의 책임이다. 표에 눈이 멀어 내심 그리 되기를 바랐다고 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