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피의 보복” 예고에… 트럼프 “52곳 타깃설정” 경고

입력 2020-01-06 04:01
이란 중북부의 종교 도시 잠의 잠카란 모스크(이슬람 사원) 돔 정상에 붉은 깃발이 게양되는 모습이 4일(현지시간) 이란 국영방송TV에 방영되고 있다. 이 방송은 붉은 깃발에 대해 ‘순교의 피’가 흐를 격렬한 전투가 임박했다는 상징물이라고 전했다. 이 깃발을 거는 것은 원수를 반드시 갚겠다는 의미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미국이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군(쿠드스군) 사령관을 제거한 이후 이란 당국과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가 ‘피의 보복’을 공언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내 52곳을 공격 목표 지점으로 삼았다면서 반격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이라크 내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산하 ‘카타이브 헤즈볼라’는 4일(현지시간) 레바논 알마야딘 방송에서 “이라크 군경 형제들은 5일 오후 5시(한국시간 오후 11시)부터 미군 기지에서 1000m 이상 떨어져야 한다”고 미군 기지 공격을 예고했다. 카타이브 헤즈볼라의 고위 간부는 트위터에서 “이라크 군경 지휘관은 자신의 병력이 (미군의) 인간 방패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보복 공격을 다짐했다. 하메네이는 긴급 성명을 통해 “그(솔레이마니)가 흘린 순교의 피를 손에 묻힌 범죄자들에게 강력한 보복이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미군이 주둔한 알발라드 공군기지와 미국대사관이 있는 그린존을 겨냥한 로켓포 공격이 이어졌다.

이란 국영방송은 이날 중북부의 종교 도시 곰의 이슬람 사원 정상에 붉은 깃발이 게양됐다고 보도했다. 이슬람 시아파에서 빨간색은 부당하게 살해당한 ‘순교자’의 피를 상징하는데 이 깃발을 거는 것은 살해당한 이의 원수를 갚겠다는 뜻으로 통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보복 예고에 “이란이 미국을 공격할 경우 미국은 이란의 52곳을 이미 공격 타깃으로 설정했다”면서 “이란의 중요한 타깃들은 신속하고 강력하게 타격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격 목표 지점을 52곳으로 잡은 이유에 대해 이란이 오랫동안 인질로 잡았던 미국인 수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언론들은 미 국방부가 3500명의 병력을 중동에 추가 배치한다고 보도했고, 이라크 주재 미국대사관의 시민권자 소개령에 따라 이라크 거주 미국민들의 탈출 러시도 이어졌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 등 미국 대도시에도 비상이 걸렸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우리는 이란과의 긴장 고조를 사실상의 전쟁 상태로 가고 있다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우려했다. 이란인 밀집 거주 지역으로 알려진 LA의 경찰도 이란과 관련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출간물도서관프로그램(FDLP) 웹사이트는 이란 해커들에게 해킹돼 운영이 중단됐다. FDLP 웹사이트 초기 화면은 이란 지도자 하메네이의 이미지가 들어간 페이지로 교체됐고, 트럼프 대통령이 주먹에 맞아 피 흘리는 모습도 합성됐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장지영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