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내년 총선에 험지 출마를 선언하면서 중진 의원들에게 동참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당내 호응을 끌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되레 당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는 반발 기류가 퍼지는 모양새다. 황 대표의 ‘나를 따르라’ 리더십에 “그게 무슨 희생이냐”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황 대표가 지난 3일 꺼낸 험지 출마 카드에는 기득권을 내려놓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리더십을 다지려는 포석이 깔려 있다. 황 대표 입장에선 서울 종로에 출마해 이낙연 국무총리와의 ‘빅매치’에서 승리할 경우 대선주자로서의 확실한 입지를 다질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고조되고 있는 당 지도부 책임론을 희석시키려는 목적이라는 비판도 많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저지 실패와 보수통합 지연에 대한 책임론이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는 전략 아니냐는 지적이다. 황 대표의 험지 출마 선언이 중진 의원들의 동참을 끌어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 중진 의원은 5일 “중진 의원들이 황 대표에게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라고 요구하니까 책임론을 막기 위해 험지에 출마한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황 대표가 정치 현실과는 거리가 먼 대책을 내놓고 있다는 불만도 표출됐다. 다른 중진 의원은 “선거 100여일을 앞둔 상황에서 갑자기 수도권으로 출마하면 당선이 되겠느냐”며 “외국에 이민 갈 때도 계획을 세워야 한다. 바로 이민 가면 실패하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 4일 페이스북에 “그게 무슨 큰 희생이라고 다른 사람들까지 끌고 들어가나”라며 “(한국당은) 지휘·복종의 관료 집단이 아닌 수평적인 인간관계로 맺어진 정치 집단”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통합 비대위를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황 대표가 앞으로 인적 쇄신 원칙을 어떻게 구체화하는지에 따라 당 내홍이 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적 쇄신이 특정 세력 챙기기로 비칠 경우 선거를 코앞에 두고 적전분열 양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수통합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황 대표의 거취 문제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약식기소된 소속 의원 9명에 대한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9명 중 2명은 의원직을 잃을 수 있는 벌금 500만원이 구형됐으며, 나머지 7명에게는 벌금 100만~300만원이 구형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