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험지 출마’ 선언에 당내선 “그게 무슨 희생이냐”

입력 2020-01-06 04:02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희망 대한민국 만들기 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내년 총선에 험지 출마를 선언하면서 중진 의원들에게 동참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당내 호응을 끌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되레 당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는 반발 기류가 퍼지는 모양새다. 황 대표의 ‘나를 따르라’ 리더십에 “그게 무슨 희생이냐”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황 대표가 지난 3일 꺼낸 험지 출마 카드에는 기득권을 내려놓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리더십을 다지려는 포석이 깔려 있다. 황 대표 입장에선 서울 종로에 출마해 이낙연 국무총리와의 ‘빅매치’에서 승리할 경우 대선주자로서의 확실한 입지를 다질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고조되고 있는 당 지도부 책임론을 희석시키려는 목적이라는 비판도 많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저지 실패와 보수통합 지연에 대한 책임론이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는 전략 아니냐는 지적이다. 황 대표의 험지 출마 선언이 중진 의원들의 동참을 끌어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 중진 의원은 5일 “중진 의원들이 황 대표에게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라고 요구하니까 책임론을 막기 위해 험지에 출마한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황 대표가 정치 현실과는 거리가 먼 대책을 내놓고 있다는 불만도 표출됐다. 다른 중진 의원은 “선거 100여일을 앞둔 상황에서 갑자기 수도권으로 출마하면 당선이 되겠느냐”며 “외국에 이민 갈 때도 계획을 세워야 한다. 바로 이민 가면 실패하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 4일 페이스북에 “그게 무슨 큰 희생이라고 다른 사람들까지 끌고 들어가나”라며 “(한국당은) 지휘·복종의 관료 집단이 아닌 수평적인 인간관계로 맺어진 정치 집단”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통합 비대위를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황 대표가 앞으로 인적 쇄신 원칙을 어떻게 구체화하는지에 따라 당 내홍이 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적 쇄신이 특정 세력 챙기기로 비칠 경우 선거를 코앞에 두고 적전분열 양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수통합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황 대표의 거취 문제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약식기소된 소속 의원 9명에 대한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9명 중 2명은 의원직을 잃을 수 있는 벌금 500만원이 구형됐으며, 나머지 7명에게는 벌금 100만~300만원이 구형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