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을 탈당한 유승민계 의원들이 주축이 된 새로운보수당이 5일 공식 출범하면서 원내 보수정당이 4개에 이르는 유례없는 분열 상황이 됐다. 새보수당은 자유한국당을 ‘낡은 보수’ ‘무능한 보수’로 규정하면서 자신들이 보수통합을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이 극우 성향의 ‘아스팔트 보수세력’까지 껴안는 대통합을 고수하고 있어 새보수당과 얼마나 입장을 좁힐지가 향후 보수진영 통합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새보수당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고 지도부를 선출하는 등 한 달여간 이어 온 창당 작업을 마무리했다. 새보수당은 8명의 공동대표단을 구성하고 달마다 책임대표를 뽑아 당을 이끌어가기로 했다. 원내 4당으로 올라선 새보수당의 초대 책임대표로는 하태경 의원이 추대됐다. 젊은 이미지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하얀색 목 폴라티에 청바지를 입고 연단에 선 하 대표는 “자유·반공을 기초로 한 올드보수와 새보수당은 다르다. 우리가 새로운 보수를 이끌어가겠다”며 “4월 총선에서 150석을 얻어 1당이 되는 게 목표”라고 공언했다. 같은 복장의 유승민 의원도 “(한국당을) 탈당했던 많은 동지들이 당을 개혁해보겠다며 등 따습고 배부른 곳으로 되돌아갔지만, 한국당이 지금 개혁됐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은 첫 여론조사 지지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선 지지율 10%가 당의 명운을 가를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올해 총선에서 처음 시행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아래서 정당득표율 10%를 기록할 경우 지역구에서 고전해도 연동형 의석을 보전받아 두 자릿대 의석수까지 바라볼 수 있다.
새보수당 관계자는 “창당 후 얼마나 빨리 뿌리를 내리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지지율 5% 이하면 쉽지 않고 10%가 넘어가면 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 바른정당의 모태가 됐던 개혁보수신당이 창당 직후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했던 만큼 당내 기대감은 높은 상황이다.
새보수당은 한국당과의 통합 가능성에 대해서도 여지를 남겼다. 하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유승민의 보수 재건 3원칙(탄핵 극복, 개혁보수 노선, 새집 짓기)에 동의하는 세력과는 힘을 합칠 수 있다. 야권의 새 판을 우리가 짤 것”이고 강조했다. 다만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유 의원을 ‘유 아무개’라고 지칭하는 등 새보수당과의 통합을 ‘소(小)통합’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둘이 하나, 셋이 하나, 여럿이 하나가 되는 보수통합이 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정계 복귀도 야권 재편의 중요한 변수다. 벌써부터 안 전 대표의 거취를 두고 신당 창당, 바른미래당 재건, 보수통합 참여 등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안 전 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광범위한 중도와 보수를 아우르는 ‘반문연대의 승리연합’을 안 전 대표가 주도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안 전 대표가)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각계각층의 분들을 만나 근본적인 고민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권은희·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이 축사를 해 눈길을 끌었다. 권 의원은 “개혁보수와 합리적 중도가 만나 국민을 위한 목소리를 낸다는 창당정신은 아직 유효하다”고 여지를 남겼다. 하 대표는 “(안철수계와) 소통하면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