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우한 ‘원인불명 폐렴’ 집단 발병 이어 홍콩·싱가포르서도 유사 환자 잇따라

입력 2020-01-06 04:02
폐렴 환자가 집단 발생한 중국 우한의 화난수산시장. 중국경영보 캡처

원인 불명의 바이러스성 폐렴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중국 우한(武漢)에서 집단 발병한 데 이어 홍콩과 싱가포르 등에서도 유사 환자가 잇따라 발생해 중화권에 비상이 걸렸다. 2002~2003년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처럼 대규모 유행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불안감은 확산되고 있다.

2002년 말 중국 광둥성에서 처음 발병한 사스는 홍콩으로 확산됐고, 홍콩인 감염자 1750명 가운데 299명이 사망했다. 중국 본토에서는 5300여명이 감염돼 349명이 사망하는 등 중국에서만 모두 650명가량의 사망자를 냈다.

5일 대만 자유시보 등에 따르면 홍콩 당국은 우한을 다녀온 뒤 바이러스성 폐렴 의심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14명 보고됨에 따라 전염병 대응 수위를 ‘심각’ 단계로 격상해 방역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당국은 전날 의심 환자가 8명이라고 밝혔으나 하루 만에 6명이 늘어났다.

앞서 지난 3일 홍콩 당국은 우한을 다녀온 홍콩인 3명이 발열 등의 증세를 보여 격리병동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으며 모두 상태가 호전됐다고 전했다. 홍콩 당국은 지난달 31일부터 우한발 직항 항공편 승객들에 대해 검역을 실시, 발열 증세를 보인 8명 중 5명은 증세가 호전돼 귀가 조치했고 3명은 관찰 중이라고 밝혔다.

싱가포르에서도 첫 번째 의심 환자가 발생했다. 싱가포르 보건부는 전날 폐렴 바이러스 감염으로 의심되는 중국 국적의 3세 소녀를 격리 조치했다. 이 환자는 우한을 여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에서도 우한에서 환승한 뒤 지난달 31일 귀국한 6살 어린이가 발열 증상을 보여 당국을 긴장시켰다. 다만 이 어린이는 우한을 직접 여행하지는 않았고 독감 백신을 접종한 점 등을 감안해 귀가 조치됐다.

우한에서는 지난 3일까지 최소 44명이 이 바이러스성 폐렴에 걸렸으며 11명이 위중한 상태라고 당국은 밝혔다. 지난달 31일 감염자 27명이 보고된 후 사흘 만에 17명이 추가됐다. 환자 44명 대부분은 화난수산시장 상인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한 보건 당국은 최근 발생한 집단 폐렴이 조류인플루엔자 등 기존 호흡기 질병일 가능성은 배제했다. 또 초기 조사에서 사람 간 전파나 의료진 감염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사스 재발에 대한 불안감 확산을 경계하고 있다. 우한 경찰은 최근 허위 사실을 온라인에 유포한 8명을 법에 따라 처리했다고 밝혔다. 한국 외교부는 중국 거주 교민들에게 “개인위생 수칙 준수 및 신변 안전에 유의하라”는 내용의 문자를 발송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