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동상은 초기 대처가 중요… 40도 정도 물에 30분간 담가줘야
하산시 삐끗한 발목 방치하다간 향후 발목 관절염으로 진행될 수도
몸과 마음을 웅크리기 쉬운 요즘이지만 겨울 산행의 매력에 빠져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않고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새해 마음을 다잡기 위해 홀로, 혹은 가족 지인들과 함께 산을 찾기도 한다. 하지만 겨울 산은 다른 때 보다 더 많은 건강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낮은 산이라 하더라도 준비없이 오르다간 뜻밖의 낭패를 당하거나 자칫 생명까지 잃을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산 위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 일찍 가까운 산에 오른다. 하지만 새벽은 하루 중 혈압이 가장 높은 시간대다. 찬공기에 노출되면 교감신경계 영향으로 혈관이 수축한다. 혈압은 기온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기온이 1도 내려가면 수축기혈압은 1.3㎜Hg 상승한다는 연구도 있다. 추위에 혈압 상승이 무서운 이유는 고혈압 자체 보다는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의 위험성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경희대병원 심장혈관센터 김원 교수는 6일 “혈압은 보통 잠에서 깨는 새벽에 가장 높으며 새벽 찬 공기에 노출 시 혈압이 순간적으로 급상승해 심근경색 등 치명적인 응급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벽 산행을 할 땐 복용중인 혈압약과 심장약을 꼭 먹고 평소 운동 능력을 뛰어넘는 무리한 등산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몸 안팎의 온도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보온이 잘 되는 옷을 입고 산행 전 15~30분간 스트레칭과 가볍게 걷기, 제자리 뛰기 등으로 체온을 올려야 한다. 전날 늦은 시간까지 과음과 과로는 삼가야 한다.
산에 오르는 중 저체온증이 올 수 있다. 이 때는 몸 안의 열을 더 이상 빼앗기지 않도록 하고 바깥에서 열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 급선무다. 저체온증은 체온이 35도 아래로 떨어졌을 때 몸에 일어나는 증상들을 일컫는다. 혈액순환이 잘 안돼 심장기능이 급격히 떨어지고, 심하면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따뜻한 장소로 빨리 이동해 체온을 올리는 조치를 우선 취해야 한다. 따뜻한 음료를 계속 섭취하고 사지를 주물러주거나 여러 사람이 감싸주면서 체온이 오르도록 도와야 한다.
대전 을지대병원 응급의학과 서상원 교수는 “저체온증은 피부 체온보다 몸의 중심 체온이 떨어진 것이 근본 원인이므로 피부만 감싼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서 “갑자기 몸을 뜨겁게 하면 오히려 급격한 온도변화에 신체가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으므로 몸을 천천히 녹여주고 상태가 악화되기 전에 가까운 응급의료센터로 후송해 적절한 처치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랜시간 산행을 해 추위에 노출되면 동상도 걸릴 수 있다. 혈액순환이 원활치 않은 손이나 발, 귀, 코 등 신체 끝부분에 잘 발생한다. 동상 초기에는 피부가 차가워지고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과 가려움증이 나타난다. 증상이 나타난 부위를 따뜻하게 해 주면 쉽게 완화되지만 심하면 피부가 부어오르고 물집이 돋기도 한다.
동상은 무엇보다 초기 대처가 중요하다. 즉시 보온 가능한 곳으로 옮기고 동상 부위를 40도 정도 따뜻한 물에 20~30분간 담가주는 것이 좋다. 갑자기 불을 쬐거나 뜨거운 물에 담그면 얼었던 부위가 급작스럽게 녹으며 혈관벽을 손상시킬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젖은 옷이나 신발을 벗기고 손·발가락 사이 습기를 닦아줘야 한다. 동상 부위를 높게 올려 통증과 부종을 최소화한다. 서 교수는 “증상을 완화하려고 동상 부위를 주무를 경우 오히려 피부 조직이 손상될 수 있으니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겨울 산행은 빙판, 눈길로 인해 미끄러지거나 넘어지는 사고가 빈번히 일어난다. 산행사고의 대다수는 하산 시 발생한다. 평소 보다 발목과 무릎 관절에 실리는 하중이 더 증가하는데다 지치고 긴장이 풀린 상태로 내려오기 때문이다. 발목 염좌(삠)와 골절이 대표적이다. 발목 염좌는 순간적 충격으로 근육과 인대가 늘어나는 것이다. 주로 돌을 밟거나 발을 헛디뎌 발생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등산하다 발목을 삐었을 경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러나 초기에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발목 인대가 약해져 발과 발목을 연결하는 뼈가 반복적으로 충돌을 일으킨다. 이로 인해 손상을 입은 연골은 점차 닳아서 없어지거나 변형되어 발목 관절염으로 진행될 수 있다.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정비오 교수는 “최초 사고 시에는 손상 정도를 정확히 판단할 수 없기에 일단 붕대를 감거나 부목을 덧대 발목을 고정해야 한다. 만약 움직일수 없을 정도로 다쳤다면 즉시 119에 신고해 신속히 병원치료를 받아야 하며, 견딜만한 통증이더라도 방치는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인대가 느슨한 상태에서 아물게 되면 수시로 발목이 삐끗하는 고질적 ‘만성 발목 불안정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무릎십자인대 부상에도 신경써야 한다. 산길에 미끄러져 무릎이 꺾이거나 뒤틀릴 때, 경사로에서 빠른 걸음으로 내려올 때 발생하기 쉽다. 십자인대는 양쪽 무릎 관절 안에서 무릎이 앞뒤로 흔들리지 않게 잡아주는 기능을 한다. 전·후방 십자인대가 터지면 ‘뚝’하는 소리와 함께 심한 통증이 오고 걷기가 힘들어진다.
을지대병원 정형외과 양대석 교수는 “십자인대 파열을 오래 방치하면 무릎 관절이 불안정해져 관절 사이 연골이나 연골판이 손상된다. 나이들면서 퇴행성관절염이 악화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을 오를 때는 준비운동을 철저히 해 근육과 인대를 충분히 풀어주고 배낭 무게는 자신 몸무게의 10%를 넘지 않도록 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