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벽두 국회에 또다시 필리버스터와 ‘쪼개기 임시국회’가 재연될 조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6일 국회 본회의 개회와 함께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과 유치원 3법의 상정을 추진키로 했다. 지난달 27일과 30일 패스트트랙 법안의 표결처리를 강행한 뒤 짧은 휴지기를 가진 여야가 다시 충돌할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은 머뭇거리지 말고 조속히 검찰 개혁 입법 절차를 마무리할 것을 명령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당이 쟁점 법안 상정을 밀어붙이고 제1야당은 의안마다 무더기로 반대 토론을 신청하는 광경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착잡할 것이다. 초단기 임시국회가 남발되는 기괴한 모습도 정치에 대한 울화와 불신을 돋운다.
이런 행태가 비록 국회법에 정해져 있고 또 허용된 절차라고는 하지만 국회 운영의 기본 정신은 어디까지나 여야 합의다. 어려운 사안일수록 머리를 맞대고 서로 양보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정치의 미덕이다. 여당 입장에서는 그간 드라이브를 걸어오던 공직선거법 개정과 검찰 개혁 법안 가운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은 이미 통과시킨 마당이다. 그런데도 야당의 강한 반발을 부를 게 뻔한 법안을 전투하듯이 일방 처리하는 게 과연 능사인지 한번 되돌아보기 바란다.
자유한국당도 집권 정당이 이념과 철학에 따라 정책을 펴는 것을 사사건건 반대하고 나서는 게 바람직한 것인지 되새겨봐야 한다. 또 정치적으로 불리하더라도 국회법에 정해진 절차를 지키겠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게다가 지난 연말을 거치면서 필리버스터로는 궁극적으로 쟁점 법안 처리를 막기가 어려운 게 사실로 확인됐다. 그러니 결과가 뻔한 ‘옥쇄’의 길을 고집하기보다 대승적 결단을 내려 대화 방안을 찾아 보는 것이 중도층으로부터 박수를 받는 길이 될 것이다.
아직 처리되지 못한 법안은 미래산업 경쟁력과 관련 있는 데이터 3법, 청년 기본법을 비롯한 민생 법안이 대부분이다. 여야가 민생 법안부터 합의 처리한 다음 쟁점 법안을 논의하는 신사협정을 맺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그래야 중요한 법안들이 충분한 심사 과정을 거치지 못한 채 졸속 처리되는 부작용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사설] 신년벽두부터 필리버스터와 ‘쪼개기 국회’ 또 봐야 하나
입력 2020-01-06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