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변화무쌍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4·15총선을 비롯해 6·25전쟁 70주년, 도쿄올림픽(7월 24일~8월 9일), 11·3 미국 대선 등이 예정돼 있는 데다 불확실한 한반도 안보 상황과 세계 경제 환경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게 한다. 기업들도 혁신을 외치며 생존 전략을 짜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0’의 저자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올해 가장 주목할 대목으로 ‘멀티 페르소나’를 꼽았다. 상황에 따라 가면을 바꿔쓰듯 현대인들이 다양한 정체성을 갖게 됐다는 말이다. 2020년 목회는 어떤 점에 주목해야 할까.
지난해 주요 교단 통계에 따르면 교인 하락세는 더욱 두드러졌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교회학교 감소는 한국교회 전반의 문제로 떠올랐다. 이른바 가나안 성도의 증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장복 전 한일장신대 총장은 “주일예배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예배를 대체하면서 예배당 예배를 외면하는 신무교회주의 현상이 도래하고 있다”며 “이 현상은 빅데이터를 원류로 해 달라질 인공지능(AI)시대와 함께 확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회는 공동체성 회복과 함께, 세상이 줄 수 없는 위로와 신앙적 확신을 제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위임목사)는 올해 ‘찾아오고 싶고 찾아가고 싶은 교회’ 만들기에 주력하기로 했다. ‘밀레니얼 세대’로 불리는 청년들을 위한 예배 형식 변화를 모색하고 청년과 장년 교구의 협력도 강화한다.
이영훈 목사는 “맡겨진 목양지를 최고의 목양지로 만드는 것이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며 “(목회자들은) 사명 의식을 갖고 현안에 대해 깊이 고민해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또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에 대처하는 길은 성경의 진리로 돌아가는 것밖에 없다. 더 강력한 성령운동과 기도운동, 말씀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순복음신앙을 분명히 함으로써 불확실한 시대를 돌파하겠다는 뜻이다.
1인 가구 증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지난해 국내 1인 가구는 598만7000가구(29.8%)로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구(596만2000가구·29.6%)보다 2만5000가구를 넘어섰다. 1인 가구 증가 원인은 미혼(44%)이 가장 많았다. 65세 이상 4명 중 1명이 1인 가구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목회데이터연구소 지용근 대표는 “일반적으로 교회 모임이나 분위기는 부부로 구성된 가족이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1인 가구는 교회에서 소외되고 단절되기 쉽다”며 “교회는 성도들이 나와 다른 삶의 형태를 인정하게 하고, 혼자 사는 사람들이 교회에서 더 이상 소수자가 아니라고 인식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한국 사회와 교회는 초갈등사회의 진통을 겪었다. 교회는 화해와 치유의 중재자로 나서야 할 책임이 있다. 특히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설교 언어 사용에 극단적 표현을 쓰거나 특정 이념을 편드는 것은 삼가야 한다. 정 전 총장은 “정치인들은 위장된 교인 행세를 하면서 목회자와 교인들의 호감을 사려고 할 것”이라며 “거기에 목회자들이 휘말려서는 안 된다.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회총연합(공동대표회장 김태영 류정호 문수석)도 지난 1일 신년 메시지를 통해 한국 사회 갈등 해소와 분열 극복, 화합을 위한 역할을 교회에 주문했다. 한국교회와 지도자들이 사회 갈등의 원인자가 아니라 치유와 회복, 화해의 소명자들이 돼달라는 당부였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