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한대학교 치기공학과를 졸업하는 곽태이(26) 박찬웅(25)씨는 창업 준비로 어느 해보다 분주한 연말연시를 보내고 있다. 두 사람은 일본 스위스 미국 독일 업체들에 내준 국내 치기공용 조각칼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치기공학과는 치기공사를 양성하는 학과다. 치과에서 쓰이는 보철물, 교정 장치 등을 전문적으로 제작하고 수리하는 사람들이다.
아이디어는 2학년 수업에서 떠올랐다. 치과 보철물을 제작할 때마다 조각칼이 불편했다. 칼자루와 칼날이 일체형으로 붙어 있는 일본과 미국 제품은 7종의 조각칼을 수시로 바꿔 잡아야 했다. 스위스 제품은 나사못 방식으로 칼날을 돌려 끼워 넣어야 했다. 작업하다 칼날이 헐거워지기도 했다. 두 사람은 자석으로 쉽게 칼날을 떼었다 붙일 수 있는 조각칼이라면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을 것으로 상상했다.
장벽은 온도였다. 치기공사들은 알코올램프에 달궈진 칼로 작업을 하는데 조각칼 온도가 올라가면 자석의 인력이 약해졌다. 1년6개월여 동아 두 사람을 골몰하게 한 문제였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교수들과 창업 멘토(대학생 기술창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멘토링 사업)가 마음을 다잡아줬다.
끈질긴 도전 끝에 불에 달궈도 자석의 인력이 약해지지 않는 제품이 만들어졌다. 지난해 특허가 등록됐고 시제품이 만들어졌다. 현재는 양산 단계다. 박씨는 “부자 되고 싶은 마음이 강했던 것 같다”며 웃었다.
두 사람은 ‘예스마이스터’란 회사 이름도 정해 놨다. 내년까지 국내 시장을 석권하고 해외로 눈을 돌릴 계획이다. 곽씨는 “국내에선 한 해 2000세트 정도 팔려 시장이 크지 않다. 그런데 미국 시장은 1%만 차지해도 한 해 매출 50억원이 가능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들의 창업은 대학 구조개혁의 열매로 볼 수 있다. 신한대는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4년제 대학이다. 의정부에 있는 전문대인 신흥대학과 동두천시의 4년제 대학인 한북대가 통폐합돼 2014년 3월 문을 열었다. 전문대가 4년제를 흡수한 흔치 않은 사례다. 정부는 2010년대 초 학생 수 감소에 대비해 대학 사회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했고, 신한대는 비교적 발 빠르게 움직였다.
통폐합 이전 두 대학에서 개설된 전공은 40개로, 백화점 식으로 나열된 구조였다. 이를 26개로 줄였다. 입학 정원도 2802명에서 1453명으로 줄였다. 지난해에는 유망 분야로 꼽히는 사이버드론봇군사학과를 신설했다.
전문대 시절 기술교육 위주였던 3년제 치기공과는 공학을 접목한 4년제 치기공학과로 개편했다. 늘어난 교육기간을 3D프린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교육과 창업 교육으로 채웠다. 3D프린터 보급으로 위기를 맞은 치기공 분야에 대한 대응 차원도 있었다. 박씨는 “창업 수업에서 우리가 배우는 기술을 어떻게 사업에 접목할지 고민하게 됐다. 창업 수업이 없었다면 ‘예스마이스터’는 아마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령인구 감소의 충격파가 올해와 내년 대학사회를 본격적으로 덮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신한대의 구조개혁이 어떤 결과를 맺을지 주목된다. 일단 첫발은 잘 뗐다는 평가다. 신한대는 통폐합 후 2018년 2월 첫 졸업생을 배출했는데 73.7%가 취업에 성공했다. 전해인 63.4%보다 10.3% 포인트 높고, 수도권대학 평균(66.9%)을 웃도는 수치다.
의정부=글·사진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