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여는 연합과 섬김] ‘밥퍼 사랑’으로 따뜻하게

입력 2020-01-06 00:01
권태진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이 지난 3일 서울 중구 청파로 참좋은친구들에서 직접 밥과 반찬을 담은 식판을 노숙인에게 전하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어르신, 올해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어디 편찮으신 데는 없으세요.” “없긴 왜 없어. 온몸이 종합병동이지. 그래도 이렇게 찾아와주고 밥도 퍼주니까 오늘 하루는 파스 안 붙여도 안 아플 것 같네.”(웃음) “아이고~ 우리 어르신. 매일 앓는 소리만 하시더니 오늘은 기분이 엄청 좋으신가 보네. 하하하.”

지난 3일 정오 서울 중구 청파로의 한 무료급식소에 정겨운 인사와 웃음이 퍼져나갔다. 수차례 사역 중단 위기를 이겨내고 31년째 서울역 인근 노숙인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고 있는 참좋은친구들(이사장 신석출 장로)에 새해를 맞아 반가운 친구가 찾아온 것이다.

이날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권태진 목사) 주요 임원과 회원들은 노숙인들과 함께 2020년 신년하례 예배를 드리고 ‘사랑의 밥퍼’ 봉사에 나섰다. 모처럼 앞치마를 두른 봉사자들은 식판에 만둣국과 떡, 반찬 등을 손수 담아 노숙인들이 앉은 식탁까지 배달하며 온기를 나눴다.

이들이 나눈 것은 식사 한 끼에 그치지 않았다. 한교연은 지역 내 어려운 이웃에게 쓰일 수 있도록 참좋은친구들에게 쌀 1000㎏을 전달했다. 지난달 3일 열린 총회에서 연임한 권태진 대표회장이 화환 대신 요청한 쌀을 이웃 섬김을 위해 내놓은 것이다. 여기에 더해 양말과 내복 등 겨울나기에 필요한 물품도 전달했다.

권 대표회장은 “아무리 좋은 호텔에 가서 비싼 음식을 먹어도 몇 시간 후면 배가 고파진다”며 “오늘 마음까지 풍성해지는 끼니를 함께하게 된 우리가 훨씬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것으로 한 해를 시작한 만큼 여러분 모두에게 예수님이 동행하시고 황무지에서 장미꽃을 피우는 역사가 일어나길 소망한다”고 권면했다.

참좋은친구들은 하루 평균 400여명에게 무료급식을 한다. 급식 전엔 항상 복음이 전파된다. 이곳에 오는 이들에겐 세탁 목욕시설도 무료로 제공된다. 2015년부터 이사장을 맡고 있는 신석출 장로는 “방문자와 난방비가 늘어나는 겨울이면 운영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걱정되지만, 생각지도 못한 분들로부터 매번 재정이 채워지는 걸 보면서 오병이어의 기적을 체험한다”고 말했다.

3년 전 노숙생활을 시작한 전성태(가명 51)씨는 “일주일째 굶다 서울역 앞에 쓰러진 나를 동료들이 일으켜 데려온 곳이 참좋은친구들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언젠가 나도 다시 누군가의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왔는데 그게 올해였으면 좋겠다”며 숟가락을 들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