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주를 만난 사람들] 줏대 없이 흔들리며 살던 나… 복음으로 어떤 바람에도 굳건해

입력 2020-01-06 00:09

나는 정말 말이 없고 소심한 아이였다. 스스로 고치려 노력해도 쉽지 않았다. 우유부단한 성격에 결단력까지 없었다. 옷을 살 때도 누가 좋다고 하면 그냥 샀고, 머리 스타일도 묻지 않고 알아서 해 주는 미용실만 다녔다. 이런 내가 살아남는 방법은 대세를 따르는 것이었다. 장래 희망도 누가 ‘공무원이 최고지!’ 하면 그렇구나 했고 ‘교사만 한 게 없지!’ 하면 또 그런가 보다했다. 대학도 담임선생님의 추천대로 ‘그런가보다’하며 국립대와 교육대학에 지원했다.

감사하게 춘천교대에 합격했지만 기숙사엔 떨어졌다. 집안 사정으로 고민할 때 예수님을 전해주시던 국어 선생님의 권유로 한마음교회 대학생 기숙사에 들어갔다. 언니들은 잘 보살펴 주었지만 낯가림과 소심함에 냉장고 문도 마음대로 열지 못하고 주는 것만 먹었다. 예수님의 ‘예’자도 모르던 내게 ‘은진아.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삼일 만에 부활하셨어!’ 하면 그런가보다 했다. 늘 대세를 따르다보니 교회에 오면 예수님이 하나님인 것 같고 천국과 지옥도 진짜 있는 것 같았다. 신자와 불신자의 모습을 넘나들며 대세를 따라 쉼 없이 변신하는 사이에 나의 정체성까지 흐려졌다. 언니들과 캠퍼스 예배, 작은교회 예배, 수요 예배, 토요 찬양예배, 주일 1,2부 예배까지 따라 다니며 간증문도 열심히 썼다. 하지만 방학 때 집에 오면 간증문, 말씀, 기도 모두 잊고 살았다.

이런 이중적 생활로 지쳐가던 어느 날, 결정타를 맞았다. 교생 실습 중, 실습생 끼리 학교 앞에서 맥주를 마셨다. ‘하나님이 술 마시지 말라고 했는데… 혹시 교회 언니들이 지나가다 보면 어쩌지?’ 너무 비참하고 한심한 내가 보였다. 그 후, 아예 그런 자리와 친구를 피했지만 근본적 문제 해결은 되지 않았다. ‘하나님! 제발 제가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갖게 해주세요!’ 단 한 가지 제목을 놓고 간절히 엎드릴 때, 많은 사람들 중에 남들보다 두 배나 큰 신앙의 짐을 지고 언덕길을 올라가는 내 모습이 그려졌다.

순간, ‘진리가 우리를 자유케 하는 것을 믿습니까?’ 하시던 목사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다수의 의견이 합리적인 것처럼 종교도 사람마다 맞는 종교가 따로 있다고 생각했는데 백과사전에는 ‘진리는 모든 현상이나 경험을 초월한, 언제나 변하지 않는 것’이라 했다. ‘절대 변하지 않는 것?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것이 진짜 있을까?’ 그때, ‘하나님께서 모든 사람에게 믿을만한 증거를 주셨다’는 사도행전 말씀이 선포되었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도록 역사 속의 확실한 사건, 그건 성경의 약속대로 오셔서 죽으시고 살아나신 바로 예수님의 부활이었다.

십자가 죽음 앞에서 도망갔던 제자들이 죽음을 당하면서도 예수님을 전한 그 강한 믿음이 어디서 오는 걸까 했는데 예수님이 부활하셨다는 증거 하나면 충분했다. 부활이 선명하니 내 고개가 드디어 하늘을 향하기 시작했다. 죽음이 두려워 예수님을 부인했던 베드로와 같은 내 모습이 보였다. ‘하나님, 제가 예수님을 믿지 않고 마음에서 버렸습니다. 회개합니다. 예수님을 제 마음의 주인으로 모셔 드립니다.’ 영접기도를 하는데 너무나 큰 기쁨이 임하며 하나님께서 나를 부르신 이유가 정확히 보였다.

발령을 받고, 그렇게 소심하고 줏대 없던 내가 이제는 직장과 교회에서 리더의 자리를 맡게 되었다.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부장 업무를 맡아 여러 사안을 의논하고 결정하여 추진하는 일을 하고 있고 교회에서는 작은 교회 일꾼으로 말씀을 전하며 영혼을 양육하는 일을 하고 있다. 무엇이 진짜인지 몰라 줏대 없이 흔들리며 대세를 따라 살아가던 나는 이제 진짜가 무엇인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 확실히 알게 되었다. 혼란한 시대 그 어떤 바람이 불지라도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다. 내 안에 계신 주님이 든든히 붙잡아주시기 때문이다.

김은진 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