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올해 총선에서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황 대표가 자신의 총선 역할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서울 종로 출마에 대해 “피할 수 없다”고 밝힌 상황이어서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1위(이 총리)와 2위(황 대표) 간 ‘종로 빅매치’가 성사될 가능성이 커졌다.
황 대표는 이날 서울 광화문에서 진행한 ‘희망 대한민국 만들기 국민대회’에서 “험지로 나가서 여러분과 함께 싸워 이기겠다”며 “저부터 험지로 가겠다. 우리 당에 뜻있는 모든 의원들, 동지들이 험지로 가서 죽어서 살아나는 기적을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의 많은 중진 의원들도 함께 험한 길로 나가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황 대표의 결단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의 패배와 지지부진한 보수통합 작업 때문에 당 안팎에서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당내에서는 대표의 희생 없이 보수통합이나 총선 승리는 없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퍼져 있던 상황이다. 전날 여상규 한국당 의원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황 대표를 “가장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할 분”이라고 지칭하며 “지도부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야 자유 진영을 대동 단결시키는 빅텐트도 가능하다”고 했다.
황 대표가 종로 출마를 굳힌다면 이 총리와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 이 총리는 이날 CBS 라디오에서 종로 출마 가능성에 대해 “당이 요구하면 뭐든지 하겠다. 여러 흐름으로 볼 때 어떤 지역을 맡게 되는 쪽으로 가지 않는가”라며 “(황 대표와의 종로 빅매치는) 일부러 반길 것도 없지만 피할 재간도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여야의 대표적 차기 대선 주자인 이 총리와 황 대표의 종로 맞대결이 성사된다면 올해 총선의 최대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보수통합 논의도 빨라지고 있다. 전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정계 복귀를 선언했고,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바른미래당 의원 8명은 3일 공식적으로 탈당했다. 유 의원 등은 오는 5일 새로운보수당을 창당한다. 유 의원은 안 전 대표의 정계 복귀에 “환영한다”면서 “2년 전 국민께 약속드린 ‘개혁보수와 실용중도가 힘 합쳐서 잘해보자’는 정신에 여전히 동의하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날 김무성 한국당 의원은 “황 대표와 유 의원 등 우파 보수를 대표하는 정치 리더들은 이제 선택해야 한다. 통합의 길은 얼마든지 있는데 뭘 주저한다는 말인가”라며 ‘우파 정치세력 대통합’을 촉구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