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에서 중진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당의 몰락에 책임 있는 중진들을 내보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3일에는 김무성, 2일에는 한선교, 여상규, 지난 31일에는 김도읍 의원이 21대 총선 불출마를 공식으로 밝혔다. 지금까지 불출마 선언한 의원은 10명에 이르고, 앞으로도 더 나올 것 같다. 각각의 사정이야 다르겠지만, 대체로 당이 이렇게까지 망가진 데 대한 반성이 배어 있다.
김무성 의원은 “새로운 인물과 분위기가 필요한 시점에서 20대 총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당시 최고위원과 공천관리위원들, 당이 이 지경까지 되는데 책임이 있는 중진들은 자리를 비워야 한다”며 이들이 공천을 신청하더라도 탈락시킬 것을 촉구했다. 여상규 의원은 당 지도부의 무책임을 질타하면서 “황교안 대표와 의원들이 자리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최근 당무감사에선 전국 당협위원장 대상의 조사 결과,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의 현역 의원 교체 요구가 가장 높았다고 한다.
한국당에 대한 외부의 시선도 너무 싸늘하다. 연초 한 여론조사기관이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 등 6개 정당 중에서 4월 총선에 절대 찍고 싶지 않은 정당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49%가 한국당을 선택했다. 그다음이 민주당(36%)이었다. 대구·경북 지역 언론의 신년 여론조사에서는 이 지역 유권자 10명 중 6명이 현역 의원 교체를 요구했다.
한국당 안팎에서 터져 나오는 현역의원 교체 요구, 월등한 비호감 등은 대통령 탄핵 이후 한국당이 전혀 성찰이 없었던 데다, 다시 친박 체제로 들어선 상황과 무관치 않다. 여권이 선거법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을 밀어붙이는데도, 아무런 성과도 없고 국민적 피로감만 높이는 장외집회만 해대니 많은 국민이 당에 신뢰를 보내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극우 이미지만 덧씌워졌다.
대표 삭발이나 단식 같은 구시대적 행위나 의원직 사퇴 같은 보여주기식 행위는 국민에게 와 닿지 않는다. 협상을 벌일 정치력도, 위기를 탈출한 전략도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어떤 점을 잘못했고, 어떤 부분을 잘 수습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성찰이 없었다. 오만한 여권을 전혀 견제하지도 못하고, 그저 개개인의 의원직 유지가 최대 목표인 것처럼 행동했다. 여권 핵심 정치인들 수사한다고 검찰을 치켜세우다 패스트트랙으로 기소당한 뒤 검찰을 욕하고 있으니 무슨 일을 해도 진정성이 없어 보이는 것이다. 한국당은 이번 총선에서 여권 심판론 못지않게 야당 심판론이 커지고 있는 여론을 심각히 받아들여야 한다. 야당 심판론은 성찰 없이는 극복하지 못한다. 성찰의 이행은 결국 책임 있는 사람들의 교체에서 시작해야 한다.
[사설] 성찰 없으니 야당 심판론이 나온다
입력 2020-01-04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