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사진) 전 국민의당 대표의 모호한 정계 복귀 소식에 정치권은 술렁거렸다.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에선 그의 복귀가 21대 총선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다면서도 적잖이 신경 쓰이는 눈치다.
안 전 대표는 2016년 총선을 두 달 앞두고 ‘국민의당’을 창당, 지역구 25석과 비례대표 13석을 얻으며 돌풍을 일으켰다. 특히 광주광역시를 포함, 전체 호남 의석 28석 중 23석을 얻으며 민주당에 뼈아픈 패배를 안긴 바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2일 “20대 총선은 정말 옛날이야기”라며 “그때의 안철수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걸 보고 오지만, 향후 이합집산부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3% 이상 받는 여러 정당 중 하나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총선 때와 호남 판세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호남 지역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압도적 지지에 힘입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다른 당 관계자도 “국민의당 세력을 결집해서 지난번 총선과 같은 효과를 기대한다면, 이는 호남에 대한 오판”이라며 “안 전 대표는 유효기간이 끝나가는 분”이라고 꼬집었다.
정청래 전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며 “단언컨대 안철수의 룸(공간)은 없어 보인다”고 적었다. 정 전 의원은 “민주개혁 진영에는 들어올 공간이 없고 황교안 쪽 보수진영에는 밥그릇 자리싸움을 해야 하니 진입 장벽이 높다”며 “비전과 희망을 제시하지 않는, ‘묻지 마 (문재인) 반대 연대’로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도 호남 지역보다 수도권 판세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지난 총선 당시 수도권에서 민주당과 맞먹는 정당득표율을 기록했다. 김형준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민주당 쪽에 와 있는 중도 진영의 표가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향후 안 전 대표의 행보에 따라 중도층 이탈의 진폭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안 전 대표의 모호한 화법과 행보 때문에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일단 (안 전 대표의 등장으로) 정치판이 혼란스러워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와 호남 돌풍을 일으켰던 대안신당은 일단 지켜보자는 반응이다. 대안신당의 핵심 관계자는 “제3지대를 분열시킨 것에 대해 안 전 대표가 국민 앞에 진솔하게 사과하고 앞으로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다면 같이 못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면서도 “일단 그분이 어떤 정치를 하겠다는 것인지 들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나래 이가현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