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2일 정치권 복귀를 공식화하면서 정계개편 작업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안 전 대표의 향후 행보로 친정인 바른미래당 복귀나 새로운보수당 또는 자유한국당 합류가 거론되지만, 제3지대 세력화에 좀 더 무게가 실린다. 10% 안팎의 무당층 중도보수 표심을 흡수하는 것이 안 전 대표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는 독일로 유학을 떠난 지 1년4개월 만에 페이스북을 통해 정계 복귀를 알렸다. 21대 총선을 3개월여 앞둔 시점인 만큼 직접 출마를 하거나 정치 세력화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는 “미래를 내다본 전면적인 국가혁신과 사회통합, 그리고 낡은 정치와 기득권에 대한 과감한 청산이 필요하다”며 “국민께서 저를 정치의 길로 불러주시고 이끌어주셨다면, 이제는 제가 국민과 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가 한국당이나 새보수당과 함께할 가능성은 작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관측이다. 새보수당 인재영입위원장인 유승민 의원은 전날 “2년 전 결혼(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을 잘못해서 고생을 많이 했다”며 통합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새보수당 창당준비위원장인 하태경 의원도 “앞서 안 전 대표와 같이하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을 때 (안 전 대표 측) 김도식 전 비서실장이 ‘새보수당에는 안 간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나. 우리와 함께할 것이란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안철수계 의원들과 접촉하는 등 보수통합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안 전 대표 본인이 한국당과 함께하는 데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안 전 대표 관련 질문에 “가급적이면 모든 분이 함께하는 대통합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원론적 답변을 했다.
남은 선택지는 바른미래당 복귀나 신당 창당 등 제3지대 세력화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안 전 대표가 원하는 것을 모두 받아들이고 그가 안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면서도 “대표직을 내려놓는 이야기를 내 입으로 한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태도에 과연 손 대표가 당권을 모두 내려놓고 안 전 대표에게 길을 열어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앞서 안철수계 의원들은 안 전 대표 귀국 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 해체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했지만 손 대표는 거절했다. 안철수계에서는 “손 대표가 안 전 대표에게 ‘얼굴마담 하라’고 하는 것 아니냐” “손 대표가 한두 번 사퇴를 번복한 게 아닌데 어떻게 믿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 전 대표가 현 정치권에 대해 비판적 인식을 갖고 있어 기존 정당과의 통합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안 전 대표는 “우리나라 정치는 8년 전 저를 불러주셨던 때보다 더 악화하고 있다. 이념에 찌든 기득권 정치세력들이 사생결단하며 싸우는 동안 우리의 미래세대들은 계속 착취당하고 볼모로 잡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의 구체적인 복귀 시점과 계획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복귀 선언은 했으니 미국 생활을 정리하는 대로 귀국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도식 전 비서실장은 “복귀 일정과 향후 계획은 미정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각계각층의 국민과 만나며 이후 역할을 상의하겠다는 입장만 밝힌 상태”라고 말했다.
심희정 김용현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