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으로 여야 의원들을 무더기로 기소하자 여야는 일제히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일 여당 의원들을 기소한 검찰에 대해 국회선진화법 위반 폭력 사건의 본질을 흐리려는 의도라며 유감을 표했다. 자유한국당은 검찰의 기소를 ‘야당 죽이기’로 규정하고 오는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임을 들어 ‘정치적 기소’라고 비판했다. 서울 남부지검은 이날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전 원내대표를 포함한 한국당 27명과 이종걸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10명 등 37명을 특수공무집행 방해와 국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민주당은 검찰이 박주민 최고위원과 이종걸 박범계 표창원 김병욱 등 의원 5명과 보좌진·당직자 5명 등 10명을 기소한 데 대해 정치적으로 편파 기소라고 밝혔다. 이해식 대변인은 “검찰이 한국당에 대해서는 일부 의원들에게만 책임을 물은 반면 패스트트랙 충돌 전체 과정에서 일부분에 불과한 민주당의 폭력·고발 건은 의도적으로 키워 10명이나 기소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기계적 균형을 맞추려는 검찰의 작위적 판단이며 국회법을 지키려 노력한 여당 의원까지 기소한 것은 국회선진화법 위반 폭력 사건의 본질을 흐리려는 의도”라고 반발했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된 이종걸 의원은 “정치검찰이 제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검찰 개혁을 줄기차게 추진한 공을 높이 사서 주는 훈장으로 알겠다”고 비아냥거렸다. 이어 “검찰이 이번 사건을 ‘패스트트랙 관련 고소 고발 사건’으로 이름 붙인 것부터 중립적인 입장을 가장하면서 얼마나 의도적으로 왜곡된 프레임을 짜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검찰공정수사촉구특별위원회는 3일 국회에서 회의를 열어 검찰 기소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한국당은 검찰이 황 대표와 나 전 원내대표 등 총 23명을 기소한 것에 대해 ‘여당무죄 야당유죄’라며 문희상 국회의장의 불법 사보임에 대한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 지난 4월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패스스트랙 지정에 반대 입장을 밝힌 오신환 의원을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에서 사임시키고 후임으로 채이배 의원을 보임하는 신청서를 국회사무처에 제출한 것을 불법으로 간주한 것이다. 황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저희가 투쟁을 시작한 패스트트랙 추진은 그 자체가 불법이었다”며 “불법에 대한 저항은 무죄”라고 했다. 불구속 기소된 나 전 원내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기초적 법리에도 맞지 않는 억지 기소”라며 “검찰 장악 특명을 받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임명되자 검찰은 곧바로 청와대 권력에 굴복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검찰은 국회의장의 사보임 직권남용 사건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여야 의원들을 대거 기소했지만 4월 총선에서의 영향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총선 이후 나올 것이 유력하고 여야 모두 당론을 따르다 기소된 의원을 대상으로 공천 심사과정에서 불이익을 주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기소 의원을 대상으로 한 공천 심사에 대해 “불이익이 없게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한국당에서는 오히려 피소된 의원들에게 공천 가산점을 줘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었다.
박재현 김용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