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여야 현역 의원 28명을 무더기로 기소했다. 지난해 4월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여야 간 극심한 몸싸움이 벌어지고 고소·고발이 이뤄진 뒤 8개월 만에 나온 수사 결과다.
국회법 위반, 특수공무집행 방해, 폭력행위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들은 오는 4월 총선 출마에는 제약이 없다. 그러나 국회법 위반 혐의로 5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이 상실된다. 총선 이후 21대 국회가 들어선 뒤에도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정치적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남부지검 공공수사부(부장검사 조광환)는 이날 브리핑을 열어 한국당 황 대표와 나경원 전 원내대표, 강효상·김명연·김정재·민경욱 의원 등 24명을 불구속 기소 또는 약식기소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종걸 전 원내대표와 박범계·표창원 의원 등 5명이 불구속 기소 또는 약식기소됐다. 양당의 보좌진 및 당직자 8명도 함께 기소됐다.
검찰은 범행 경위, 당내 역할 및 지위 등을 고려해 가담 정도가 크지 않은 한국당 의원 37명, 민주당 의원 31명에 대해선 기소를 유예했다.
이번에 기소된 한국당 의원들은 패스트트랙 충돌이 벌어진 지난해 4월 25~26일 국회 의안과 사무실 및 정개특위·사개특위 회의장을 점거하고 회의 개최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김성태 의원(비례대표)을 제외하고 전원 국회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나 전 원내대표와 김정재·민경욱 의원 등은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을 감금한 혐의가 추가됐다.
민주당 의원 5명은 모두 폭력행위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국회 의안과 및 회의실 앞에서 스크럼을 짜고 농성하던 한국당 의원과 당직자들을 폭행한 혐의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공수처법 국회 통과가 기소 시점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전혀 관련 없다”며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을 보다 빨리 처리하지 못한 점은 송구하다”고 말했다. 또 “국회선진화법(2012년 개정 국회법)과 관련해 처음 사법적 판단이 내려지는 사건이라 경찰의 수사 결과를 다시 검토할 시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연내 처리를 목표로 수사를 벌여 왔다. 그동안 국회사무처, 국회방송 등을 세 차례 압수수색했고 사건 관계인 94명을 조사했다.
검찰은 문희상 국회의장의 사개특위 위원 사보임 직권남용 사건에 대해서는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한국당은 문 의장이 사개특위 위원이던 바른미래당 오신환·권은희 의원의 사보임을 허가해 심의 표결권을 방해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국회법 위반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검찰은 또 문 의장이 국회의장실에서 임이자 한국당 의원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 강제추행·모욕 혐의로 고발된 사건 역시 혐의 없음으로 결론냈다고 밝혔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