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2003년 2월 임명된 강금실 전 장관 이후 17년 만에 탄생한 여성 법무부 장관이다. 진보 성향의 법관 출신이라는 점, 검찰 개혁이라는 목표와 함께 법무부 장관을 맡았다는 점 등도 공통점으로 꼽힌다. 그때나 지금이나 법무부와 검찰이 긴장 상황에 놓여 있기도 하다.
법조계는 추 장관이 검찰 개혁의 완수 여부에서 강 전 장관과 어떤 식이든 차별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17년 전 강 전 장관의 경우 검찰에 ‘판정패’했다는 관측이 많았다. 당시 강 전 장관과 합을 맞췄던 검찰 수장은 송광수 전 검찰총장이었다.
강 전 장관은 서열파괴 인사 등으로 당시 검찰과 큰 갈등을 겪었다. “검찰을 얼마나 알겠느냐”는 반발도 적지 않았다. 그러던 그는 2003년 9월 송 전 총장과 폭탄주를 겸해 식사를 한 뒤 식당 앞에서 팔짱을 끼며 “우리 사이는 아무 문제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 전 장관은 2007년 산문집을 내면서 “팔짱을 낀 건 취중의 우발적 행동”이라고 인터뷰를 했었다.
갈등 국면을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은 제스처였지만 이후에도 난관은 지속됐다. 검찰은 대선자금 수사를 벌여 최도술 전 청와대 비서관 등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을 구속했고, 참여정부는 2004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방침을 밝혔다. 이때 송 전 총장은 “먼저 내 목을 치라”고 반발했다. 결국 대검 중수부 폐지는 없던 일이 됐다. 강 전 장관은 검찰 개혁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는 실패했다.
하지만 추 장관은 다른 상황이다. 집권여당 대표를 지낸 추 장관은 정치적 무게감부터 다르고, 문재인 대통령 역시 ‘검찰 개혁’을 위해 추 장관에게 한껏 힘을 실어줬다. 17년 전 강 전 장관이 사법시험 11기수나 선배인 송 전 총장과 호흡했다면, 윤석열 검찰총장은 추 장관의 9기수 후배다. ‘추다르크’라는 별칭에서 알 수 있듯 추 장관이 강 전 장관보다 ‘밀어붙이는 스타일’로 평가되기도 한다.
강 전 장관은 장관 재직 시절 일선 검사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햇빛 속에서 순식간에 제 몸을 흔적 없이 다 녹여낼 수 있는 눈사람들이 영혼을 다치지 않고 살고 있었다”고 했다. 임명 전 검찰에 가졌던 인식이 바뀌었다는 사례로 많이 거론된다.
구승은 박상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