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문화가 바뀌고 있다. 강단에 선 회장 또는 최고경영자(CEO)의 신년사를 듣는 직원들의 따분한 얼굴은 시무식의 전통적인 풍경이었다. 하지만 구성원들의 행복, 수평적이고 합리적인 소통 방식이 재계의 주요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시무식의 형태도, 내용도 달라졌다.
지난해 복장 자율화와 직급 간소화, 타운홀 미팅 등을 새롭게 도입한 현대자동차그룹은 새해를 여는 시무식 스타일도 바꿨다. 시무식에선 임원들이 직원들과 따로 앉아있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2일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시무식에서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과장, 차장급 직원들과 함께 앉아 비전을 나누는 ‘정의선식 신년회’를 열었다. 모바일 실시간 생중계도 도입했다.
신년사에서는 틀에 박힌 덕담이나 모호한 각오 대신 올해 목표에 대한 구체적인 이정표를 제시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은 2020년을 미래 시장에 대한 리더십 확보의 원년으로 삼고자 한다”면서 미래 성장을 위해 향후 5년간 총 100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정 수석부회장은 또 “자동차 기반의 혁신과 함께 로봇, 개인용 비행체(PAV) 기반 도심 항공 모빌리티, 스마트시티 등 새로운 기술 개발과 사업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CES 2020’에서 인간 중심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구체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조직 문화 혁신에 대한 의지도 강조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거대한 조직의 단순한 일원이 아니라 한 분 한 분 모두가 스타트업의 창업가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창의적 사고와 도전적 실행을 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딥 체인지(사업 구조의 근본적 혁신)’를 강조해 온 SK도 다른 방식으로 새해를 시작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이날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2020년 신년회에서 최재원 SK수석부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과 함께 SK를 향한 고객, 스타트업 대표 등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었다. 임직원을 대상으로 매년 하던 신년사는 없앴다. 최 회장이 줄곧 강조해 온 ‘사회 구성원의 행복’을 신년회 풍경에 녹인 것이다.
소셜벤처 지원사업인 ‘루트 임팩트’의 허재형 대표는 “SK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리더를 양성하고, 이들이 협업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확대해 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SK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과 SK 구성원 자녀, 워킹맘 등은 영상을 통해 SK에 대해 바라는 점을 전했다. 신입사원 등 사내 구성원 6명이 ‘2020 행복경영’을 주제로 대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임세정 최예슬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