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춧가루 부대?… ‘부산발 태풍’ 몰고 오는 BNK

입력 2020-01-03 04:07
BNK 선수들(가운데)이 1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여자프로농구 정규시즌 우리은행과의 경기에서 56대 55로 승리한 뒤 허탈해하는 우리은행 선수들 앞에서 기뻐하며 손을 맞잡고 있다. WKBL 제공

이쯤 되면 ‘고춧가루 부대’를 넘어섰다. 여자프로농구 막내구단 BNK가 심상치 않은 상승세를 보이며 봄농구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BNK는 1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정규시즌 우리은행과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시즌 6승(10패) 째를 거뒀다. 최하위 삼성생명과의 경기차를 1로 벌렸다.

올 시즌 ‘2강(우리은행·KB) 4약’ 구도의 여자농구에서 봄농구 진출도 꿈은 아니다. BNK는 1일 현재 봄농구 진출 마지노선인 리그 3위 신한은행을 1.5경기차로 쫓고 있다. 최근 5경기 중 4승을 거둘 만큼 기세도 매섭다. 4승에는 리그 선두 우리은행과 2위 KB를 상대로 한 2승도 포함됐다. 올 시즌 우리은행을 상대로 2승을 거둔 팀은 BNK가 유일하다.

시즌 초만 해도 이 같은 BNK의 활약을 예상한 이는 드물었다. BNK는 창단 첫 해인 올 시즌 개막 5연패를 당하며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11월 29일 삼성생명전에서 감격의 창단 첫 승을 따낸 뒤 지난달 5일에는 우리은행이라는 대어를 잡아내기도 했지만 곧바로 3연패에 빠지며 BNK의 선전은 ‘찻잔 속의 돌풍’으로 끝나는 듯 했다.

그런데 외국인 선수 디마리스 단타스의 맹활약과 국내 선수들의 악착같은 플레이 덕에 상황이 뒤바뀌었다. 단타스는 현재 경기당 평균 20.25점으로 전체 득점 1위에 올랐다. 3라운드 5경기에서 평균 23득점을 쏟아 붓는 등 공격력이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 가드 안혜지는 평균 7.69 도움으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며 공격의 활로를 뚫는 역할을 한다. 수비도 일품이다. BNK는 1일 현재 경기당 평균 65.6득점으로 리그 최하위지만 상대 공격도 그만큼 막아낸다. 최근 5경기 평균 60.2점 실점에 불과, 짠물수비의 진가를 보여줬다.

BNK의 탄생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2017-2018시즌 0.114라는 최악의 승률(4승 31패)을 기록한 KDB생명이 시즌을 마치고 해체를 선언한 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의 위탁을 받게 됐다. KDB생명은 가까스로 네이밍 스폰서를 찾아 지난시즌 OK저축은행이라는 구단명으로 리그에 참가했다. 시즌 후 BNK금융그룹이 부산에 창단을 결정하며 여자농구는 가까스로 6개 구단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었다.

초반 시행착오를 거친 스타 출신의 유영주 감독은 최근 능숙한 운영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막내구단 BNK가 어디까지 올라갈지에 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