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진을 겪었던 유통 대기업 신년사는 ‘고객’에 방점이 찍혔다. 신동빈 롯데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각각 “고객에게서 성장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2일 2020년 신년사에서 “고객과의 지속적인 공감(共感)을 통해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고객의 요구와 시대가 추구하는 바를 읽어내려면 소비자들과 적극적인 소통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 회장은 “다른 기업보다 한 걸음 더 빠르고, 어제보다 한 뼘 더 나은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 부회장의 신년사에도 ‘고객’이 수차례 등장했다. 정 부회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목소리로 중심을 잡아야 한다”며 “고객의 목소리가 더욱 크고 명쾌하게 들리는 한 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구체적으로 고객의 ‘불만’에 귀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고객 입장에서 충족되지 못한 것, 만족스럽지 못한 것을 찾아 개선하고 혁신하는 것이 신세계그룹의 존재 이유임을 밝혔다.
지난해 어려움을 겪은 탓인지 유통 대기업 총수들의 신년사는 작년보다 차분해졌다. 신 회장은 지난해 ‘빠른 실패’를 독려하며 과감한 투자를 주문했고, 정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초저가 경쟁’의 신호탄을 올렸다. 하지만 올해 신년사를 보면 과감성은 축소되고, 효율 추구와 경영의 디테일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올해 역시 지정학적 리스크, 투자의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이라며 핵심 역량을 강화하고 기존 사업구조를 효율적으로 혁신해 지속가능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기존 사업 분야에 얽매이지 말고 시장을 리드하는(이끄는) ‘게임 체인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의 신년사에는 미국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말콤 글래드웰의 ‘쓴 고추냉이 속에 붙어사는 벌레에게 세상은 고추냉이가 전부’라는 표현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정 부회장은 “관습의 달콤함에 빠지면 자기가 사는 작은 세상만 갉아먹다 결국 쇠퇴할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며 사고의 유연성과 감수성으로 근본적인 경쟁력을 선점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