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새해 첫 방문지로 반도체연구소를 택했다. 2030년까지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1위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행보다. 이 부회장은 2일 경기도 화성 사업장 안에 있는 반도체연구소를 찾아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3나노 공정기술’을 보고 받았다고 삼성전자가 이날 밝혔다. 그는 이곳에서 반도체(DS) 부문 사장단과 차세대 반도체 전략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이 새해 첫 경영 공식 일정을 반도체 개발 현장에서 시작한 것은 메모리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세계 1위가 되겠다는 비전을 직원들과 다시 공유하고 목표 달성 의지를 대내외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1위인 메모리 반도체(D램·낸드플래시)에 이어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도 2030년까지 1위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도체 사업은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80%를 차지하는 핵심 부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매출이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돼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가 이어졌다. 삼성전자의 해법은 팹리스,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 강화였다. 이에 이 부회장은 지난해 4월 비메모리 반도체 133조원 투자와 1만5000명 고용 계획을 발표했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PC의 중앙처리장치(CPU)부터 시작해 최근 모바일 시대에선 스마트폰의 두뇌라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스마트폰 카메라에 삽입되는 이미지 센서 등을 포함한다. 메모리 반도체 세계 1, 2위 업체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비메모리 시장 점유율은 3% 수준으로 미미하다.
이 부회장은 이날 자리에서 “과거의 실적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역사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잘못된 관행과 사고는 과감히 폐기하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자”고 말했다. 또 “우리 이웃, 우리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자 100년 기업에 이르는 길임을 명심하자”고 강조했다.
삼성그룹의 새로운 도전과 함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담긴 발언으로 풀이된다. 노조와해 공작 등으로 삼성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이미지가 쌓이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부회장은 뇌물 등의 혐의로 파기환송심 재판을 받고 있고, 임원진은 노동조합 와해 관련 재판에서 최근 실형을 선고받았다. 삼성그룹은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준법감시위원회’도 준비 중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