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신년사를 통해 홍콩 사태 수습과 일국양제(一國兩制) 성공 의지를 강조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홍콩에선 새해 첫날부터 대규모 반정부·민주화 시위가 이어졌고, 대만에선 외세(중국)의 선거 개입을 금지하는 ‘반(反)침투법안’이 통과됐다. 일국양제의 대상인 홍콩과 대만에서 잇달아 파열음이 나고 있는 셈이다.
2일 홍콩 사우스모닝차이나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재야단체 연합 민간인권전선은 전날 빅토리아 공원 등에서 집회를 열고 홍콩 정부에 시위대의 5대 요구 수용을 촉구했다. 주최 측은 이날 시위 참가자가 100만명 이상이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폭력을 이유로 행진 중단을 요구했고 이후 대규모 검거작전을 통해 시위 참여자 약 400명을 체포했다.
시위대는 홍콩 중심가를 행진했고, 지난해 치러진 구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범민주 진영 소속 구의원들이 행진을 이끌었다. 이들은 다섯손가락을 편 채 “5대 요구,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 “자유는 공짜로 오지 않는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 시위 참가자는 로이터통신에 “홍콩인들은 행복하지 않기 때문에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말을 하기 힘들다”며 “5가지 요구가 수용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진정 행복한 새해를 맞이할 수 없다”고 말했다.
‘5대 요구’란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를 가리킨다. 홍콩 정부는 시위를 촉발한 송환법은 공식 철회했지만 나머지는 수용을 거부했다.
범민주 야권 및 단체들은 정부가 요구사항을 받아들일 때까지 시위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오는 9월 입법회(국회) 의원 선거 때까지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예고한 바 있어 홍콩 시위 사태는 1년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AP·AFP통신 등은 대만 여권이 야당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9년 마지막 날 반침투법안을 가결했다고 보도했다. 친중국 성향 야당인 국민당 의원들은 ‘악법에 저항한다’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의회에 내걸고 법안 표결에 기권했다.
반침투법은 중국 정부가 대만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해외 세력이 허위정보를 유포하는 등 선거운동에 나서거나 정치자금 기부 같은 로비를 하지 못하도록 막는 내용이 담겼다. 대만 정부는 중국 정부가 2018년 11월 지방선거에 개입했으며 올해 대선에서도 개입을 확대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중국 정부는 이를 부인해 왔다.
차이잉원(사진) 총통은 반침투법에 대해 “모든 방면에서 중국의 침투를 우려하는 대만 사회의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반중 정서를 바탕으로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그는 신년 연설에서 “일국양제라는 정치적 공식은 홍콩에서 실패했다”며 “대만은 결코 일국양제를 채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11일로 예정된 대선을 앞두고 차이 총통은 여론조사에서 친중 후보로 평가되는 국민당의 한궈위 후보보다 지지율상 30% 가까이 앞서고 있다. 특히 대만인이라는 정체성이 뚜렷한 청년층의 지지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권중혁 이형민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