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오판에 北·이란發 외교 역풍… 벽두부터 이중 위기”

입력 2020-01-03 04:05
미 육군 82공수사단 신속대응부대와 504낙하산부대 소속 군인들이 1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 기지에서 대기 중인 C-17 수송기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라크 내 친(親)이란 시위대가 바그다드 미국대사관을 습격한 것에 대응하기 위해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전날 이들의 파병을 승인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새해 초부터 북한과 이란 문제로 역풍을 맞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핵실험 재개를 압박했고, 새로운 전략무기를 예고했다. 이라크 바그다드 주재 미국대사관은 이라크의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와 그 지지세력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미국 언론들은 외교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이란의 반응을 근본적으로 오판했으며 북한과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을 두려워하는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이란과 북한은 탄핵과 대선 재선 문제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의 취약성을 인식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CFR)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해선 외교를 너무 거부했고, 북한에 대해선 너무 많은 외교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도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북한·이란과 관련해 양대 국제적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며 이들 두 나라와 관련해 미국의 군사행동의 가능성은 실재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외적으로는 평화, 국내적으로는 번영으로 그동안 이득을 봤지만 현재의 북한과 이란 문제로 인해 ‘악한들’에 대한 엄포와 친구 맺기라는 그의 병행 외교가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 언론들은 북한의 위협에 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만 강조하고 ‘꽃병 선물’을 거론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안이함을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은 북한 비핵화 계약에 사인했다. 그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말한 대목은 집중 공격 대상이 됐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한 모호한 비핵화 약속을 마치 부동산 매매 계약처럼 여긴 실수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USA투데이도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핵실험 재개 위협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NYT는 또 김 위원장의 위협은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기와 북한 경제발전이라는 막연한 약속을 믿고 진행했던 18개월 동안의 (북·미 비핵화 협상) 실험이 끝난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새해 초에 빚어진 혼란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렸던 “더 이상 북한의 핵 위협은 없다”는 호언장담이 무색해졌다는 것이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큰 오판은 김 위원장과 맺은 관계에 대한 과신과 김 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에 대한 확대 해석이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적 인센티브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잘못된 확신을 가졌고, 핵무기만이 세습 정권을 지탱해줄 유일한 ‘보험증서’라는 김 위원장의 신념을 간과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CNN방송은 “김정은의 강경해진 노선은 트럼프의 재선 캠페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CNN에 “김정은은 명백히 트럼프 대통령을 갖고 놀고 있다(play)”며 “김정은은 비핵화 계약에 서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USA투데이도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이지도 않고, 구속력도 없는 싱가포르 비핵화 합의를 희망적인 신호로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