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피플] 한국소년보호협회에서 9년째 청소년 위한 사역 이세봉 목사

입력 2020-01-03 00:01
한국소년보호협회 사무총장 이세봉 목사가 지난달 31일 경기도 의왕 오봉산길 협회 사무실에서 소외계층 청소년을 섬기는 사역의 보람을 이야기하고 있다. 의왕=송지수 인턴기자

미국에서 20년간 한인 목회를 한 이세봉(66) 목사는 조기 은퇴를 한 뒤 2010년 귀국했다. 의미 있게 마지막 사역을 하고 싶었던 그는 생각지 못한 직함을 받게 됐다. 한국소년보호협회 사무총장. 소년원 아이들의 영적 아버지라는 역할은 하나님의 이끄심이었다.

우연한 기회로 협회 이중명 이사장을 만난 그는 2012년 3월 협회에서 소년원 출원생 등 소외계층 청소년을 섬기는 사역을 시작했다. 9년째 이곳에서 수많은 아이와 매일 씨름하지만, 사랑으로 변화된 아이들을 보는 건 보람 있는 일이다. 충분한 사랑을 받은 아이들은 다시 곁길로 빠지지 않았다. 이 목사를 지난달 31일 경기도 의왕 오봉산길 협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아이들의 상황을 제대로 알고 싶었던 그는 사역을 시작하기 전 소년원에 일주일 입소해 아이들과 동고동락했다. 아이들은 버림받았다는 트라우마를 공통으로 갖고 있었다.

“역기능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대부분 분노조절 장애가 있었어요. 이들의 절반 정도는 약을 먹어야 할 정도로 심각했죠. 알코올 중독에 빠진 아버지, 남편의 폭력을 참다 못해 집을 떠난 어머니를 둔 이들이 많았어요. 친할머니에게 키워지거나 이조차 불가능해 보육원에 맡겨진 이들은 세상에 대한 불신이 가득했어요. 알코올과 담배 등의 유혹에 늘 노출돼 있었죠. 소년원에 들어온 이유는 대부분 돈 때문이었어요. 이들에게 건강한 방법으로 돈을 벌고 사회 구성원으로 사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협회는 1998년 무의탁 소년원 출원생, 생계 곤란 청소년, 가출 청소년 등의 사회 적응과 자립을 위해 설립됐다. 의왕을 비롯해 부산 대구 대전 등 전국 8개 지역에서 그룹홈 형태의 자립 생활관을 운영한다. 한 그룹홈에 4명의 교사가 20여명 아이들과 생활한다. 6개월부터 1년간 무료 숙식이 제공되며 6개월씩 입주 연장이 가능하다. 만 23세에 퇴거한다. 전국 생활관에서 총 150~200명이 생활한다.

협회는 취업 지원을 위한 기술교육기관인 예스(YES)센터도 운영한다. 용접, 골프매니지먼트, 바리스타 등 5개 교육과정이 있다. 사회 정착에 도움이 되는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출판·인쇄소, 베이커리, 카페 등 9개의 업체도 운영한다.

“아이 한 명에 멘토 3~5명만 있어도 바르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지지대가 강하면 곁길로 가지 않습니다. 수년간 아이들을 지켜본 결과 아이들은 1년 이상 꾸준히 사랑을 받으면 변화하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어요.”

이 목사는 전국에 있는 협회 직원 70여명이 정성스럽게 아이들을 돌본 덕분에 협회에 들어온 아이들의 80% 이상이 긍정적 변화를 경험했다고 소개했다. 협회 출신 중에는 아프리카 탄지니아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도 2명이 있다. 이곳에서 하나님을 만나 인생이 바뀐 이들은 자신이 받은 사랑을 갚으려고 열악한 환경에 놓인 아이들을 위한 보육원 및 에이즈 예방 사역을 하고 있다. 사업을 하거나 예술 분야 쪽으로 꿈을 갖고 준비하는 이들, 카페 등에서 일하며 성실히 사회생활을 하는 이들도 많다.

이 목사는 특히 센터에서 봉사하는 성도들의 사랑이 큰 역할을 했다며 고마워했다. 성도들의 진심 어린 섬김과 기도 덕분에 아이들이 변하며 긍정적인 열매를 거둘 수 있었다.

아이들은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기까지 자기와의 치열한 싸움을 극복해야 한다. 협회 도움으로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진학해도 기초 학력이 부족한 탓에 남보다 더 노력하지 않으면 졸업하기가 쉽지 않다. ‘올빼미족’으로만 살던 이들이 직장인으로 사회생활을 하려면 규칙적인 생활습관도 익혀야 한다. 문제를 일으켰을 때 만났던 지인들과 다시 교제하면 이전 생활로 돌아가기 쉽기 때문에 좋은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게 중요하다.

이 목사는 “거칠고 불손한 부분이 있는 아이들이지만 먹여주고 보살펴주면 최소한 범죄자는 되지 않는다. 협회 출신 중 재범을 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아이들의 결혼 주례를 요청받을 때 가장 뿌듯하다고 했다.

“우리가 돌보고 도와주는 애들만큼은 훗날 좋은 모습으로 만나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영적 아버지 역할을 계속할 것입니다.”

의왕=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