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새해의 두 번째 해가 뜨기도 전인 2일 새벽 5시. 새벽기도회에 참석한 성도들의 기도 소리가 예배당 밖으로 흘러나오며 차가운 새벽 공기를 갈랐다. 성도들은 저마다 두 손을 모으고 평안한 한 해가 되길 바라는 소박한 마음을 모아 기도했다.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위임목사)에서 진행된 ‘2020 신년축복 열두광주리 특별새벽기도회’ 모습이다. 교회는 신년을 맞아 오는 14일까지 새벽을 깨우는 기도회를 진행한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교회 대예배당에는 2만여 성도로 가득 찼다.
이기석(47) 박자영(48)씨 부부는 두 아들과 함께 경기도 수원에서 40여분을 차로 달려 예배에 참석했다. 아내 박씨는 “한 해 기도 농사라고 생각해 매년 잠자는 아이들을 깨워 온 가족이 참석하고 있다”면서 “올해도 믿음생활 잘하고 하나님 뜻에 합당한 가정이 되길 기도했다. 주변의 기도 동역자들을 위해서도 중보기도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현재 봉사 중인 교회학교 중등부 교사로서 사명 감당을 위해, 그리고 대학 축구부 감독 자리를 놓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첫째 아들 정우(17)군은 “한 해를 기도로 시작한다는 게 의미 있는 것 같다”면서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만큼 학교생활과 학업을 놓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동생 정윤(14)군은 “지망한 중학교에 진학했으면 좋겠다”며 수줍게 웃어 보였다.
청년들에게서는 배우자와 직장 문제 등 삶의 갈림길에서 만난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이용선(32)씨는 “그저 지난해처럼 무탈했으면 한다”면서 “다만 올해는 하나님 뜻에 합당한 배우자를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민진(28)씨는 정규직 전환을 위해 기도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이번 새벽기도회 기간 1세기 무렵 초기 기독교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 일곱 교회를 다룬다. 일곱 교회는 에베소 서머나 버가모 두아디라 사데 빌라델비아 라오디게아 등 요한계시록 1~3장에 등장하는 당시 소아시아 지역 교회를 말한다. 예수 그리스도가 사도 요한을 통해 이들 교회에 전한 메시지를 성도들과 함께 묵상하면서 교회와 신자가 나아갈 방향과 사명을 정립하기 위해서다.
이영훈 목사는 이날 ‘교회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설교했다. 이 목사는 “지금도 하나님께서는 교회를 통해 일하고 계신다”면서 “교회의 머리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살아가자”고 주문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2009년부터 신년 초 2주에 걸쳐 ‘신년축복 열두광주리 새벽기도회’를 개최하고 있다. ‘열두광주리’라는 이름은 오병이어 기적에서 따왔다. 예수 그리스도가 보리떡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5000명을 먹이고도 열두 광주리가 남았다는 데서 유래했다. 교회 측은 “열두 광주리는 하나님께서 보여주신 기적, 은혜와 사랑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글·사진=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