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 개혁 속도전… 현 정권 수사 방해여선 안 된다

입력 2020-01-03 04:01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전 7시 새해 첫 업무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임명으로 시작했다. 새해 첫 공식 일정인 오전 8시 현충원 참배를 앞두고 추 장관부터 임명한 것이다. 이어 문 대통령은 신년 합동인사회에서 “권력기관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때까지 법적·제도적 개혁을 멈추지 않겠다”며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으로서 헌법에 따라 권한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강도 높은 검찰 개혁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검찰 수사를 막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조국 사태 당시 여권 인사들이 한목소리로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조국 전 장관을 비호했던 것을 목격했다. 최근에는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태산명동 서일필’이라고 비난한 청와대 공식 발표도 있었다. 청와대는 최대 열흘까지 가능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송부 시한을 이틀만 줬다. 1월 1일이 휴일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하루만 준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해 10월 조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세 달 가까이 계속돼 온 법무장관 공석 사태를 빨리 매듭지을 필요성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야당의 반발까지 사면서 이렇게 속전속결로 처리할 문제인지 의문이다. 검찰 개혁의 핵심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도 국회에서 처리돼 그리 급할 일도 없다.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처리 문제 등이 남아 있지만 법무장관보다는 국회가 할 일이다. 혹시라도 추 장관을 서둘러 임명한 것이 현 정권 인사들을 수사하는 검사들을 하루라도 빨리 인사 조치하기 위한 것이라면 문제가 심각하다. 문 대통령이 헌법에 따른 권한행사를 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검찰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어 예사롭지 않다.

조 전 장관 수사를 비롯해 여권 핵심 인사들이 연루된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의혹 수사에 참여한 검찰 라인을 대거 교체하는 인사권이라면 정당성을 잃는다. 추 장관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인사 문제와 관련해 검찰총장과 협의하지 않고 의견만 들어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자칫 줄세우기 인사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많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호흡을 맞춰온 검사들을 물갈이해 윤 총장을 고립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떤 경우든 검찰 개혁이 현 정권 핵심 인사들에 대한 수사에 제동을 거는 결과로 이어져선 안 될 것이다. 검찰 인사에서 검찰 개혁의 순수성 여부가 드러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