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당 대규모 인사 개편… ‘무장력 강화’ ‘자립경제’ 시동

입력 2020-01-02 04:02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규모 인사 개편을 단행하며 최고권력기구인 노동당을 새롭게 정비했다. 과감한 인적 쇄신을 통해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 4인방’으로 꼽히던 리병철이 당 제1부부장에서 당 정치국 위원으로 승진했고, 내각에서 경제 전반을 진두지휘하던 김덕훈 부총리도 당 정치국 위원 자리를 꿰찼다. 김 위원장이 ‘새로운 길’로 제시한 ‘무장력 강화’와 ‘자립경제’에 초점을 맞춘 인사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은 당 중앙위원회 제7기 5차 전원회의에서 두 번째 의제로 조직문제를 논의했다고 1일 밝혔다. 김 위원장은 당 정치국 위원을 비롯해 총 77명을 선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승진·전보 인사는 전하면서도 해임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인사에서는 리일환(당 부장), 리병철(당 제1부부장), 김덕훈(내각 부총리)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당 정책 결정 회의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요직인 정치국 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리병철은 김 위원장 집권 이후 핵·미사일 개발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며, 김덕훈은 내각에서 경제사령탑 역할을 해왔다. 통일부는 “해당 분야의 전문성과 연령 등을 고려한 인사로 추정한다”고 평가했다.

정치국 후보위원으로는 김정관(인민무력성 부상), 박정천(총참모장), 김형준(전 러시아 주재 대사) 등 6명이 보선됐다. 김정관은 원산갈마 해양관광지구 및 양덕군 온천관광지구 건설에 기여한 인물이다. 김정관이 박정천 총참모장보다 먼저 호명되면서 노광철 인민무력상(국방부 장관에 해당) 후임으로 임명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형준에 대한 인사도 눈길을 끈다. 2014년에 주러대사가 되기 이전에는 외무성 부상에 그쳤던 김형준이 정치국 후보위원에 선출되면서 리수용을 밀어내고 당 국제담당 업무를 전담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강화를 통해 어려움을 돌파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의중이 담긴 인사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도 자리를 옮긴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부서는 밝히지 않은 채 김 제1부부장이 ‘제1부부장’에 임명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김 제1부부장이 당 조직지도부로 자리를 옮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조직지도부는 당·정·군에 대한 인사 및 검열권을 가지고 있는 북한 권력의 핵심 공안조직으로 통한다. 지난해 2월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정치적 위상이 급상승한 점 등을 고려한 김 위원장의 의지가 반영된 인사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선전선동부 부부장 리영식이 제1부부장이 된 것도 이 같은 추측을 뒷받침했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북한의 인사에 대해 “당 전문부서의 대폭적인 인사 개편을 통해 국가적 정책지도 역량을 강화했다”며 “잦은 인사변동을 통해 7차 당대회 이후 권력 정비를 지속해나가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북한 권력 서열 3위인 박봉주 노동당 부위원장이 휠체어에 탄 채 김정은 국무위원장 옆에 자리하고 있다. 조선중앙TV가 1일 공개한 화면이다. 연합뉴스

한편 전원회의 주석단에 등장하지 않아 건강이상설 등이 나온 권력 서열 3위 박봉주 당 부위원장은 휠체어를 타고 회의에 참석한 모습이 이날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영되며 여전히 건재를 과시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