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새로운 길’ 말하면서도 활짝… 남북관계 언급 ‘0’

입력 2020-01-02 04:02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이 중차대한 ‘새로운 길’을 밝히는 전원회의에서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을 보도해 눈길을 끌고 있다. 엄중한 시국 속에서도 당당하고, 여유 있는 지도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적인 노출로 분석된다. 또 남북 관계는 이번 전원회의 결과 보도에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북한이 철저하게 남측을 무시하는 대남 전략을 새해에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주목을 받았던 김 위원장의 신년사는 조선중앙통신의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5차 전원회의 결과 보도로 갈음된 것으로 보인다. 1일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1957년엔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았고, 87년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로 신년사를 대체했다. 이외에 북한은 46년부터 형식은 조금씩 달랐지만 신년사를 꾸준히 내왔다.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인 2013년부터 해마다 새해 첫날에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했다. 김 위원장 집권 후 신년사 발표가 생략된 것은 처음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지난해 신년사 발표 때는 양복을 입고 소파에 앉아서 연설하는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이례적으로 나흘간 열린 전원회의를 통해 김 위원장의 ‘새로운 길’과 관련한 지침을 내부에 전했고, 상세한 결과 보도가 있었기에 신년사를 생략한 것으로 추정된다. 장시간 이어진 전원회의를 김 위원장이 직접 주재하면서 신년사를 준비할 시간 자체가 부족했을 수도 있다. 또 연말 정세가 급변할 수 있어 사전에 만들어야 하는 신년사를 무리하게 준비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무거운 전원회의 분위기 속에서도 활짝 웃는 모습이 공개됐다. 심각한 정세 속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당당한 지도자의 모습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주석단 착석자들도 함께 웃는 모습이 공개됐는데 대미 장기전에 대한 북한 지도부의 자신감을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의 신년 구상에서 남북 관계는 사실상 실종됐다. 1만8000여자에 달하는 전원회의 결과 보도에서 ‘북남(남북) 관계’는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았다. 지난해 발표한 신년사에서 ‘북남 관계’가 10번이나 언급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북한이 남측을 완전히 배제하는 행보의 유지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남북 관계가 전원회의 결과 보도에서 언급되지 않은 건 꼭 다루어야 하는 새해 당면 과제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결국 남측과는 교류협력을 하지 않는 노선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