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언급한 ‘새로운 전략무기’는 다탄두를 장착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가리킨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기권 위에서 여러 개 탄두로 분리돼 표적을 때리는 다탄두 ICBM 개발에 성공할 경우 북한의 핵 위협은 한층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탄두 ICBM 개발 시나리오는 지난 12월 7일과 13일 이뤄진 북한의 ‘중대한 시험’을 근거로 거론된다. 북한이 탄두 3개 이상을 실을 수 있는 ICBM을 쏘아올리기 위해 기존 백두산 계열 엔진 6개를 결합, 추력을 높인 신형 엔진 개발에 착수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여러 탄두가 서로 다른 표적을 찾아가 때리는 ‘개별유도 다탄두’를 탑재한 ICBM 개발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도 “북한이 2017년에 시험발사한 ICBM급 ‘화성 14형’ ‘화성 15형’은 미 대륙을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급하게 개발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가장 마지막으로 쏜 ICBM인 화성 15형의 1·2단 엔진을 모두 교체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앞서 북한은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에서 두 차례 중대시험을 진행한 후 “또 다른 전략무기 개발에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북한이 고체연료를 쓰는 ICBM을 개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군 일각에서는 “북한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력 확보 여부도 불분명한 상황인데, 당장 다탄두 ICBM이나 고체 로켓모터를 장착한 ICBM 개발로 넘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의 새로운 전략무기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일 가능성도 있다. SLBM은 바닷속에 숨어 있는 잠수함에서 예상치 못한 때 핵탄두를 날릴 수 있기 때문에 전쟁 판도를 뒤엎을 수 있는 전력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지난 10월 2일 수중발사대에서 시험발사한 신형 SLBM ‘북극성 3형’ 전력화 시점을 앞당길 수도 있다. 특히 북한은 신포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것으로 알려진 신형 잠수함에서 SLBM을 시험발사하는 도발을 일으킬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의 새 전략무기 엄포는 미국을 겨냥한 의도적인 발언으로 해석된다. 대북 제재 철회뿐 아니라 한·미 연합 군사훈련과 미 전략자산 전개의 완전한 중단 등을 끌어내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적대적 행위와 핵위협 공갈이 증대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는 가시적 경제성과와 복락만을 보고 미래의 안전을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전략무기 도발 시점은 안갯속이다. 김 위원장이 새 전략무기 등장 시점에 대해 ‘곧 머지않아’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는 수일부터 길게는 수개월까지도 기한을 열어놓은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당분간은 미국의 반응을 살펴보며 도발 시기를 저울질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의 군사 동향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신년사를 통해 “북한은 지난해 총 13회에 걸쳐 25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을 발사하고, 창린도 해안포 사격으로 ‘9·19 군사합의’를 위반했다”며 ‘엄정한 군 기강과 정신적 대비태세’를 확고히 다질 것을 당부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