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 완패한 자유한국당이 보수통합 작업에 본격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1월 황교안 대표가 보수통합을 공개 제안한 이후 국회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관련 논의는 물밑으로 가라앉은 상태였다. 통합의 방법부터 범위, 공천 방식 등 실제 통합이 성사되기까지 과제가 산적해 있어 이달 말~2월 초는 돼야 통합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황 대표는 1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자유민주진영의 대통합을 실현하기 위해 지난 11월 통합추진위원회를 제안한 바 있다. 이제는 조속히 출범해야 한다”며 “지금부터 통합의 큰 문을 열고 통합 열차를 출발시키겠다”고 말했다. 통합 시점에 대해서는 “지난해에 통합이 됐으면 좋았겠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드렸었다. 그렇게 되면 1월까지 해보도록 노력하겠다고 했고, 지금 그런 과정을 가고 있다”고 했다.
한국당이 속도전에 나선 것은 통합의 주요 과제가 될 공천 규칙에 대한 논의 때문이다. 공천관리위원회가 이달 안으로 출범하게 되는데, 공천 규칙을 정한 이후 통합 논의를 진행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공관위원장 후보 국민 추천을 받은 한국당은 현재 위원장 추천위를 꾸려 후보 압축 작업을 하고 있다.
통합 범위에 대해서는 ‘모든 우파 정치세력’에게 열어두겠다는 방침이다. 정치권의 관심사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한국당과 통합할 것인지 여부다. 황 대표와 유 의원은 그간 몇 차례 통화하며 의견을 나눴지만 안 전 대표와는 직접적인 접촉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창당을 준비하는 이언주, 이정현 무소속 의원과 친이(친이명박)·비박(비박근혜)계 중심의 시민단체 국민통합연대와도 큰 틀의 통합 논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보수통합의 성사 여부는 결국 통합 방식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안팎에서는 당 간판을 떼고 신당을 창당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통합의 길을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바른미래당 탈당 세력이 주축이 된 새로운보수당에서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은 유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2년 전 결혼(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을 잘못해서 고생을 많이 했다. 아무리 늦어도 2월 초까지는 중도보수 세력이 힘을 합쳐 통합이든 연대든 총선에서 이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찌감치 제안한 보수재건 3원칙 위에 한국당이 동참하겠다면 대화의 문은 늘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보수재건 3원칙은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아가자, 헌 집을 허물고 새로운 집을 짓자’는 것으로, 한국당의 변화를 촉구하는 내용이다.
황 대표 본인의 거취와 비례대표 의석을 노린 위성 정당 창당 작업도 통합의 변수다. 보수통합을 위해서는 황 대표가 물러나고 비상대책위원장을 새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고, 당 대 당 통합에 실패하면 다른 보수정당에 정당 투표를 독려하는 방법으로 선거 연대를 할 수 있다는 계산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어느 곳이 취약한지, 어느 곳에 가면 임팩트가 있을지 등을 검토해 전략적으로 판단하고, 어디든 당의 뜻을 따를 것”이라며 “‘비례한국당을 끌어 달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국민과 당이 뭘 요구하느냐에 따라 판단하겠다. 필요하면 창당하겠지만 통합과 혁신의 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 방향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심희정 김용현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