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프로농구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손색이 없다. 농구 경기와 신년 맞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농구영신’이 4년 연속 흥행몰이를 이어갔다.
지난 31일 밤 10시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2019-2020 정규시즌 부산 KT와 창원 LG의 농구영신 경기를 찾은 관중은 이번 시즌 최다인 7833명이었다.
사직체육관은 프로농구 경기장 중 가장 많은 1만4000여석을 갖추고 있지만 평소 3층 전체와 2층 일부를 통천으로 가리고 6000여석 규모의 관중석만 운용한다. 만석 이후에도 팬들이 몰리자 KT는 경기 시작 20여분 전 양쪽 골대 뒤편 2층 관중석을 덮은 통천을 걷어냈다. KT가 통천을 걷고 경기를 치르기는 2014년 1월 12일 원주 DB전 이후 5년 11개월 만이다.
농구영신은 2016년 12월 31일 밤 경기도 고양실내체육관에서 고양 오리온과 서울 SK의 경기로 처음 시작됐다. 당시 고양체육관에는 6083명의 관중이 모여 당 시즌 평균관중(3083명)의 2배에 육박하는 팬들이 새해를 함께했다. SK와 오리온은 이듬해인 2017년 12월 31일 밤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재대결을 펼쳤는데 이번에는 5865명이 몰리며 시즌 평균 관중(2902명)의 두 배를 넘었다.
2018년 농구영신 경기 장소는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옮겼다. 우려와 달리 반응은 더욱 뜨거웠다. 2018년 12월 31일 밤 11시 경남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LG와 KT의 경기에는 7511명이 모였다. 4번째로 부산에서 치러진 2019년 농구영신은 당당히 최다관중 동원이라는 기록을 썼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벌써부터 1년 가량 남은 올해 12월 31일 농구영신 경기 개최를 희망하는 구단들의 지원을 받기로 했다.
성공신화를 쓰고 있는 농구영신이지만 고민거리는 경기력이다. 평일 오후 7시, 주말 오후 3시와 5시에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이 밤 10시~11시에 치러지는 시합에서 제 컨디션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 지난 31일 경기에서 선수들은 경기 초반 슈팅 난조에 시달리며 1쿼터 두 팀의 합계 점수가 21득점에 그쳤다. 그나마 후반 슛감을 되찾은 KT가 4쿼터 35득점으로 LG에 84대 66의 대승을 거뒀다.
한편 1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해 프로농구 첫 경기에서는 리그 최하위 오리온이 선두 SK를 83대 75로 꺾고 LG와 공동 9위가 됐다. 오리온의 최진수와 이승현 포워드 듀오는 각각 16득점과 15득점으로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